1995년 8월 종전 50년을 맞이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일본 총리가 발표한 '무라야마 담화'를 두고 당시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그것이 일본 정부 공식 입장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5일 아사히신문은 일본 외무성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외교기록을 공개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무라야마 담화를 일본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결정한 담화였고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였다고 강조했다.
1995년 8월15일 무라야마 당시 총리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전후 50년 담화를 발표했다.
종전 70년이 되는 올해 '전후 70년 담화' 발표를 앞두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 내용을 계승할지 여부에 세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베 총리가 국무회의 결정을 통하지 않고 총리 개인의 담화 형식으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어 무라야마 담화와 비교되고 있다.
무라야마 담화 발표 후 각국의 정부 반응을 정리한 일본 외교부의 당시 문건에는 "대체적으로,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사과의 마음이 솔직하게 기술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고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반응을 보인 일부 국가도 있었는데, 호주에서는 담화 발표 6일 후인 21일 당시 하세가와 가즈토시(長谷川和年) 주호주 대사와 게릿 에번스 전 호주 외무장관과의 면담에서, 에번스 장관은 "사과가 총리 개인의 의견인지, 내각 전체의 의견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미묘한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하세가와 대사는 '각의 결정한 점'을 거듭 다짐했으나 에번스 장관은 "내각은 총리 개인 발언으로 승인한 것 아닌가"라고 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에서도 24일 일본대사관 직원들과 접촉한 대통령 보좌관이 "총리가 일인칭으로 말하고 있어 정부의 입장은 아니다는 견해가 있다"라고 언급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일본 대사관 직원은 "담화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서 처음 발표된 것으로 정부의 견해이다. 일인칭인 것은 정부를 대표해 총리가 말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노사카 고켄(野坂浩賢)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담화 발표 이틀 후인 23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내각 결정을 거쳤다"고 강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