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이 신동주·동빈 '형제의 난'에서 신격호·동빈 부자 간 전면전으로 옮겨가는 모양이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신 회장은 지난 3일 귀국해 '경영권 분쟁'에 핵심이 된 롯데홀딩스 임시주총에 대비한 우호 지분 확보 작업을 마쳤다고 자신했다. 그리고는 곧바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만났고, 이제는 현장 점검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신 회장의 행보를 두고 일각에선 '여론·정통성·내부결속' 등 3박자를 갖췄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자기가 일군 한국롯데의 경영능력까지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분석했다.
신 회장은 귀국 직후 김포공항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국내에서 벌이던 여론전에 맞대응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형과 달리 한국어로 했다는 것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일본어로만 인터뷰를 진행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신 회장은 한국어 실력은 일본식 발음이 다소 섞였지만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특히 "롯데가 일본 기업이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또렷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은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든다'는 정통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롯데는 국가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는 한국 기업'이라는 애국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첫 현장 방문지로 아버지 신 총괄회장의 평생의 숙원사업인 잠실 제2롯데월드타워 현장을 방문했다. '신 총괄회장의 뜻을 성실히 받드는 후계자'의 모습을 여지없이 부각시켰다. 신 회장은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 현장 방문 후 면세점으로 이동해 롯데가 경기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모습을 보이자며 직원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4일에는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을 방문해 신입사원들과 만났다.
제2롯데월드타워 방문이 아버지의 사업을 성실히 계승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면 오산연수원 방문은 롯데의 미래를 이끌 신입사원들을 소중히 여겨 롯데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일련의 움직임은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이날 롯데그룹의 한일 양국 사장단이 신 회장을 그룹 후계자로 함께 지지하는 공동 여론전을 펼쳤다. 한일 양국 사장단의 '충성서약'과 지지를 받은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뒤숭숭한 그룹 결속을 강화하고 글로벌 사업 매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일 사장단 측은 글로벌 롯데그룹을 이끌어 갈 리더로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현 신 회장이 적임자라는 데 사장단이 의견을 같이 했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귀국 후 곧바로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을 찾아간 것과 현장경영은 어느정도 계산된 행보로 보인다"며 "경영권 분쟁으로 틀어진 부자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자식 된 도리를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틀간 현장을 챙긴 신 회장은 5일 소공동 집무실로 곧바로 출근했다. 신 회장은 공식일정 없이 밀린 업무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 뒤숭숭한 그룹 내부 분위기를 추스리고 경영권 다툼에도 흔들림 없다는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행보라는 관측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경영인으로서의 행보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정부 금융권 관계자와 협력업체 대표 등을 만나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산적한 계열사 업무를 챙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