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가 하퍼 리(88)의 두 번째 장편 '파수꾼(Go Set a Watchman)' 출간에 출판·서점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오는 14일(현지시간) 전 세계 동시 출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한국어판 출간을 맡은 출판사 열린책들은 초판 10만부를 찍기로 결정했다.
출판사 열린책들 관계자는 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미국에서의 초판 발행 예정부수는 200만부로, 시차를 고려해 한국어판은 15일 선보일 예정"이라며 "국내에서 초판 발행 예정부수는 10만부로 최근 확정했다. 현재 온라인 서점에서만 예약판매를 진행 중인데,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 채널을 통해 받은 국내 독자들의 반응은 '기대된다'는 의견이 제일 많았다"며 "오래 전의 책이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은 독자는 적었다. '파수꾼' 출간 소식을 통해 '앵무새 죽이기'를 알게 되는 독자들이 있어서 새롭다는 반응도 꽤 많았다"고 전했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초판 10만부를 찍는 것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경우로, '파수꾼'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경기침체 여파로 그렇게 많이 찍지 않는다. 10만부 이상 판매된 책이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는 게 요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후속편이지만 '앵무새 죽이기'보다 먼저 쓰여졌다. '파수꾼'의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상의 이유로 출간 전까지 극비에 부쳐져 있다.
그간 외신 보도를 통해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의 주인공인 진 루이즈 핀치(스카웃)가 20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의 배경은 흑인 인권 운동의 움직임이 크게 일렁이던 1950년대 중반, 앨라배마 주의 가공의 도시 '메이콤'이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언론 가디언이 10일 '파수꾼' 챕터1의 내용을 공개한다고 보도하면서 줄거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이에 대해 열린책들 관계자는 "계약상 문제로 그 때 챕터1 내용이 밝혀지는 정도 외에는 전체 줄거리는 공개되지 않는다"며 "비공개 원칙은 저희도 그렇고 전세계적으로 하퍼 리의 '파수꾼'을 번역해서 출간하는 모든 출판사들에 해당되는 사항이다"고 말했다.
이어 "영미권에서 '하퍼 리'라는 작가는 전설적인 인물"이라며 "'앵무새 죽이기' 이후 단 한편의 소설도 쓰지 않았는데, 작가의 유일한 작품이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전으로 손꼽혀왔다. 그러다보니 55년 만의 신작인 '파수꾼' 출간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소설 시장을 비롯해 출판계가 깊은 침체에 빠져있는 만큼 '파수꾼'이 업계의 구원투수가 될지도 관심있게 볼 대목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판매에 들어간 가운데, 흥행 여부는 출간 초반에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성광 예스24 문학담당 MD(상품기획자)는 "하퍼 리의 신작 '파수꾼'이나 대표작 '앵무새 죽이기' 모두 지난주에 비해서는 판매가 증가했으나 아직 눈에 띄는 반응은 없는 편"이라며 "하지만 '앵무새 죽이기'가 워낙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고전이고, '파수꾼'은 '앵무새 죽이기'에 이어지는 내용이면서 세계적으로도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본격 출간 예정일인 다음주부터는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예약 판매량은 독자 반응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출판사의 집계가 가장 정확하다"며 "'파수꾼 없냐' '언제 책이 들어오느냐'는 등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차별을 주제로 한 소설이다. 미국 전역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하퍼 리는 1961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이 소설은 1962년 그레고리 펙 주연으로 영화화됐다. '성경 다음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책'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위에 오르는 등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최근까지 전 세계적으로 4000만부 이상 팔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