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우리은행 화푸빌딩 대출과정을 사정당국이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부실대출 의혹이 실체를 드러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화푸빌딩 부실대출은 수년째 우리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비율이 국내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원인이 되고 있어 향후 진행될 매각작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우리은행의 화푸빌딩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관여한 인사들로부터 관련자료를 입수해 내사를 진행중이다.
화푸빌딩 프로젝트는 중국 베이징 중심가에 위치한 25층짜리 건물을 이정배 전 파이시티 사장이 인수하려다 파산신청을 하면서 대출이 부실화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인수대금은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이 1500억원, KB국민은행이 2300억원을 각각 대출해줬는데, 우리은행은 이 대출들에 대해 지급보증을 섰다.
당시 우리은행은 "돈을 못 갚으면 대신 갚는다"는 조건으로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사실상 우리은행에서 대출이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후 파이시티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이른바 '파이시티 게이트'가 일어났고, 3800억원의 대출은 고스란히 부실화됐다.
이 대표는 이 사건 당시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게 인허가 관련 청탁 로비를 했다는 의심을 산 인물이다.
문제는 최근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난 정부의 금융권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MB정부 금융권 실세 이름 거론
당시 화푸빌딩 대출은 부동산 담보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뤄져 부실화될 위험이 컸던 것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대출 당사자인 한화생명과 KB국민은행은 우리은행에 채권 인수를 요청하며 발을 뺐다.
우리은행은 지급보증 약속에 따라 2009년 12월 한화생명으로부터 1500억원, 2010년 1월에는 KB국민은행으로부터 2300억원의 채권을 각각 인수했다. 다른 금융사들의 우려대로 채권은 부실화됐고, 아직도 제대로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시 우리은행이 채권을 인수하는 과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수천억원대에 이르는 대출이 제대로 된 심사과정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금융권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주인이 정부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관치금융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 있었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정부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부실대출들은 우리은행의 경영과 관련해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우리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70%로 국내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시중은행 평균인 1.72%보다 1%포인트 가량 많은 수치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높은 부실대출 비율이 향후 진행될 민영화 작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투자자들에 재무 건전성이 낮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중동 등 해외투자자들을 직접 찾아가 실시한 우리은행 투자설명회에서는 지분확보가 어렵다는 점과 함께 건전성 문제가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이번 달로 예정했던 우리은행 민영화 계획 발표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 6월 열릴 것이라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이번 달 중순으로 예정된 회의도 연기될 경우 민영화 계획 자체가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