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청국장의 연극 '춘천 거기'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옴니버스 식 작품이다. 춘천을 배경으로 아홉 남녀의 사랑과 청춘을 감성적으로 그려 호응을 얻어왔다.
한류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 매니저 역으로 주목 받은 배우 김강현(38)도 역사를 함께 했다. 6년 만에 다시 오르는 '춘천 거기'에서 다시 '영민'을 맡는다.
영민은 자신의 여자 친구인 '세진'의 과거에 집착한다. '찌질한'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그 동안 수많은 남성의 공감을 사며 인기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연극의 사실상 주연은 '명수'와 '선영'이다. 친구 사이로 시작했다 사랑에 빠지는 이들이다. 영민은 이들에 비해 비중이 떨어진다. 하지만 김강현의 영민은 포스터에 얼굴을 내밀었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김강현은 "포스터만 붙이고 다니다가 그 포스터에 얼굴이 나오니 어색하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하다"고 웃었다. "영화를 찍게 된 것도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 것도 '춘천 거기' 덕분"이라며 뿌듯함과 보람도 보탰다.
-이번에도 다시 출연하게 됐다.
"나이가 들어서 캐릭터와 안 맞을 수도 있지만 우겨서라도 마지막으로 해보고 싶었어요(웃음). 영민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서요."
-영민이 어떤 매력이 있는가? 관객들에게도 가장 인기가 있다.
"솔직한 것, 그리고 누구보다도 여자친구를 사랑하고 있다는 거요. 영민은 끝까지 사랑하기 때문에 과거에 집착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찌질하게 보일 수 있다.
"공연할 때 객석에서 욕도 나와요(웃음). 근데 길거리 지나다 보면 별 일 아닌 것 같은데 크게 싸우는 연인들 있잖아요. 자신들은 진실되게 행동하는 건데 주위 사람들은 그렇지 않게 느낄 수 있죠. 무대 위에서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거나 거울처럼 투영할 수 있죠. 관객들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었으면 했어요."
-10년 전부터 맡아온 캐릭터라 연기가 몸에 배어 있을 수 있겠다.
"나이에 맞게 연기하고 싶어요. 10년 전 걸 그대로 가지고 가자니 이미 다른 배우도 바뀌었고. 연출가는 있으니 (변한 환경과) 융화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흐르고 싶지, 고이고 싶지 않거든요."
-2005년 초연 때 이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가?
"저를 포함해서 배우, 연출, 스태프 등 젊은 연극인 10여 명이 100만원씩 모아서 공연하자는 '백만송이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13명이 모이니 1300만원이었고, 워크숍 공연만으로 끝내기에는 규모가 있었죠. (대본도 쓴) 김한길 연출님이 9명의 배우를 모아놓고 이야기를 들으셨어요. 주제도 없었는데 한 달 뒤에 다시 모여 보니 사랑을 주제로 대본을 써오셨더라고요. 배우들 각자 말투와 사연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었죠. 연기 초짜들에게 큰 도움이 됐어요. 무대 위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설 수 있었죠."
-'춘천 거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배우들의 실제 삶이 녹아 있으니 관객들이 공감할 여지가 큰 것 같아요. 객석에서 커플이 앉아 있으면 서로 옆구리를 콕 찌를 때가 있어요. '그것 봐라'는 거죠(웃음). 솔직하게 연출하고 솔직하게 연기하려 하죠. '우리 이야기 같다'는 관객들 반응이 많아요."
-방송, 영화 출연이 잦아져도 연극 무대는 놓지 않고 있다.
"데뷔한 지 16년 정도 됐는데 연극은 1회성이 가장 좋아요. 보시는 분에 따라 다르고, 상대 배우가 다르면 같은 캐릭터라도 감정선이 달라지고 드라마, 영화와 달리 끊는 것 없이 한번에 밀고 나갈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죠."
-사랑 연기의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저희 (젊었을 때는) 진짜 상대 배우와 술 마시며 이야기도 많이 하고 공연 전에 꼭 손을 잡아 감정을 유지하기도 했죠. 요즘 친구들은 순간 집중하는 능력이 좋던데, 저는 상대방을 계속 바라봐요. 연인으로서 상대역 뿐 아니라 친구 역도 마찬가지죠. 계속 뚫어지게 바라보고 상대방을 생각해야 사랑도 나누고 우정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캐릭터는 저에게서 출발해요. 어떤 캐릭터라도 '나 같은 놈이 있겠지'라고 생각하죠(웃음)."
-배우로서 중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제가 아직도 그것을 못하는데 상대방에 대한 배려요. 김한길 연출님에게도 그걸 제일 먼저 배웠는데 아직 배려가 약한 거 같아요. 상대 배우를 배려할 때 자신도 돋보일 수 있어요. 서로 서로 배려하면 '윈윈'이 되는 거죠."
-어느새 10주년을 맞았다.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는 지난해 10주년이었고, 뮤지컬 '빨래' 팀도 올해 10주년이다. 10년 전 꿈 많던 젊은 연극인들이 이제 대학로를 이끄는 허리가 됐다. '춘천 거기' 같은 작품이 계속 잘 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요즘 같은 때 '춘천 거기' 같은 작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웃기는 연극이 많은데 감동도 줄 수 있는 작품은 많지 않거든요."
-이번에 어떤 영민을 보여주고 싶은가?
"10년, 20년이 지나도 현실에 맞게 변하는 부분이 있지만 대본은 같죠. 그래서 여전히 그 영민이었으면 해요. 연기적으로는 발전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 때의 감성을 전했으면 좋겠어요. '예전 그 영민이랑 똑같네'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하네'라는 소리를 들었으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