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율리 영축사지에서 고려시대 청동유물이 일괄 출토됐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8일 “울산박물관(관장 신광섭)이 발굴조사 중인 율리 영축사지(울산광역시 기념물 제24호)에서 청동향로, 청동시루, 청동완(盌, 사발) 등 고려 시대 청동유물이 일괄 출토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습된 청동유물은 동탑 부재(部材)의 정밀 실측을 위해 무너져 있던 석탑 부재들을 옮기고 상층의 부식토를 걷어내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출토 위치는 동탑의 동북쪽 모서리에서 동쪽으로 2m 떨어진 지점이다.
이 중 청동향로는 고려 전기(11~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출토지가 명확하고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며 장식이 화려해 그 가치가 클 것으로 보인다.
청동시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가장 이른 시기의 금속제 시루로 추청된다. 영축사지에서 출토된 기와 등을 감안할 때 청동향로와 같은 시기의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에 출토된 유물은 거꾸로 엎은 청동시루 아래에서 향로가 넘어져 반쯤 걸친 상태로 발견됐다. 시루 안에 꽉 차있던 흙 내부에서 청동완과 시루의 나머지 손잡이 한쪽도 함께 확인됐다. 출토 상태로 보아 지름 50cm의 구덩이를 파서 청동향로를 놓고 그 위에 뚜껑 용도로 청동완을 덮은 뒤 그 위에 다시 청동시루를 덮어서 묻은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은 "유물이 일괄 발견된 것으로 봐 청주 사뇌사지, 경주 망덕사지, 서울 도봉서원의 사례와 같이 퇴장 유물일 가능성이 높다"며 "영축사의 폐사(廢寺) 관련 유물로도 추정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퇴장유물(退藏遺物)이란 전란 등과 같은 비상시 약탈에 대비해 묻어두는 유물을 말한다.
한편 율리 영축사는 ‘삼국유사’에 신라 신문왕대(683년)에 창건된 것으로 기록된 울산의 대표적인 통일신라시대 사찰이다. 2012년부터 울산박물관에서 연차적으로 진행 중인 발굴조사 결과, 금당(법당)을 중심으로 동서 측에 석탑이 자리한 통일신라 시대의 전형적인 ‘쌍탑일금당(雙塔一金堂)’식 가람배치임을 확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