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물산 "엘리엇과 오해 풀겠다"…합병 문제 없어

미국계 헤지펀드가 삼성물산 지분 매수로 합병을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합병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며 "주주들과 대화와 소통으로 오해를 풀겠다"는 뜻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만들어 주가를 끌어 올린 후 차익을 챙기고 떠는 '먹튀'를 노린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엘리엇 어쏘시어츠(Elliott Associates, L.P.)는 4일 경영참가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식 1112만5927주(지분 7.12%)를 장내 매수했다. 주당 취득단가는 6만3500원이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번 주식 매수로 인해 국민연금(9.79%), 삼성SDI(7.39%)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물산의 오너 지분은 이건희 삼성 회장 1.41%가 전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우호 지분은 삼성SDI(7.39%)와 삼성화재(4.79%), 삼성생명(0.22%)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13.7%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적다. 

업계에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한 것은 삼성물산 주가를 상승시켜 자신들의 자본 이익을 극대화하는 시점에서 주식을 정리하고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삼성물산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며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주요주주로 올라선 만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합병에 대한 설명을 해나갈 것이라는 태도다.

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이번 합병 추진 배경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높여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있다는 게 삼성물산 측 반응이다. 

삼성물산은 "양사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의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시장이 현재 평가한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며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치 제고에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물산의 성장정체로 인한 영업가치 하락에 대응해 사업 다각화와 신사업 추진 등을 목적으로 조기 합병을 추진했다"면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과거 삼성물산이 외국계 펀드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어 이번에도 경영권 분쟁을 만들어 주가를 끌어 올린 후 차익을 챙기고 떠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2004년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는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했다가 팔아 30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당시 헤르메스는 삼성물산을 인수합병(M&A)하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시한 직후 거꾸로 지분을 모두 팔고 한국을 떠나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SK그룹도 2003년 챈들러 형제가 운영하는 소버린 자산운용이 SK그룹에 대해 경영권 공격을 벌여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소버린은 SK㈜ 주식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내세워 SK를 상대로 계열사 청산, 경영진 교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SK는 1조원 가량의 비용을 투입한 뒤 어렵게 경영권을 방어했으나 소버린은 1789억원에 산 주식을 1조1000억원이 넘는 돈에 팔아 9000억원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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