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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주 행장의 영화사랑, 이번에도 대박날까?

"요즘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쪽으로 포를 자주 쏘고 있다니, 우리 영화 흥행을 위해 미리 자락을 깔아주고 있네요."

최근 만난 권선주 IBK기업은행장은 뼈 있는 농담을 던지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기업은행이 최근 통 크게 투자한 영화 '연평해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다음 달 관객과 만나는 이 영화는 2002년 6월29일 NLL 남쪽 연평도 인근에서 우리 해군함정과 북한 경비정 간에 발생한 해상 전투를 다루고 있다.

기업은행의 영화사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연평해전'에 거는 권 행장의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권 행장은 "글쎄 한일 월드컵 3, 4위전이 열리던 때에 일어난 남북간 해전이었어요"며 "국민들이 월드컵에 관심을 두고 있던 때여서 별 관심을 끌지 못했죠"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국민들 사이에 나라 사랑의 마음이 널리 퍼지기를 고대하는 모습이다.

사실 기업은행은 영화와 '묘한' 인연이 있다. 근래 들어 투자한 영화마다 놀라운 흥행을 기록하는 행운이 이어졌다.

권 행장은 "투자는 모두 훌륭한 전임행장 시절 이뤄졌고, 자신은 그 혜택을 볼 뿐"이라고 겸손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순(耳順)의 나이에도 공개 강연에서 즉석 시 낭송을 할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한 '문학 소녀' 권 행장의 영화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없었다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권 행장은 요즘 일요일에는 4~5권의 책을 쌓아 놓고 읽으며 일간지에 기고할 국제 경제 및 한국경제 칼럼을 직접 쓰는가 하면, 일상의 주변을 담담한 필치로 다룬 에세이 등도 가다듬는다.

물론 한국 첫 여성 은행장으로 전국 각지의 강연 요청과 지점 방문, 해외 방문 등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극장을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영화에 대한 애정 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 이 덕분일까.

자신이 행장이 되고 난 뒤 개봉된, 기업은행의 애정이 담긴 작품들은 연신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선 '명량'이 그랬다. 지난해 여름 극장가에 말 그대로 '명량' 열풍이 불었다. 열두 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국내 영화사에서 최대 관객몰이를 한 작품으로 기록됐다. 무려 1761만명이 관람했다.

지난 겨울에는 '국제시장'이 극장가를 달궜다. 1950년 한국 전쟁 당시 흥남 철수를 통해 부산에 정착한 '덕수'가 독일 광부로, 베트남 전쟁터로, 열사의 땅 중동으로 전전하면서 가족과 나라를 위해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온 이야기를 스크린에 그려냈다. 이 영화 역시 1000만명이 넘는 관객에게 감동을 선물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밑바닥까지 내려간 최악의 상황, 터무니 없이 불리한 조건을 초인적 의지와 인내로 극복해 마침내 승리와 영광을 쟁취했다. 여기에 역사적 배경과 애국심이라는 메시지까지 더해져 수많은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기업은행이 고객 돈을 받아 중소기업에 융통해주며 자금 운용만 잘하는 곳이 아니었다. 흥행 요소를 두루 갖춘 '대박 영화'를 놓치지 않는 '선구안'도 있었던 것이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명량에 5억원, 국제시장에 6억5000만원의 투자가 이뤄졌고, 모두의 눈에선 감동의 눈물이 떨어졌다. 권 행장과 기업 은행은 짭짤한 수익률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기업은행이 이번에 선택한 새 영화 '연평해전' 역시 역사적 배경에 애국심이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물론 감동이란 요소도 감안했다.

기업은행은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영화 제작 과정을 직접 보고 30억원의 통 큰 투자를 결심했다. 이 금액은 기업은행이 설립 이후 단일 프로젝트에 투자한 액수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과정은 이랬다. 먼저 연평 해전 제작사인 로제타시네마는 2013년 4월 부족한 제작자금 확보를 위해 기업은행을 찾아 대출을 신청했다.

로제타시네마 김학순 대표 겸 감독은 "6년간 제작을 준비한 영화"라며 "저예산 영화지만 국민모금으로 만들어지는 전례 없는 작품"이란 설명을 덧붙였다.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는 기획의도와 제작 현황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중소 기업 지원은 물론 국가에 희생하는 군인 이야기라는 점 등을 보고 대출이 아닌 투자를 결정했다. 또 투자주간사 역할까지 맡으며 영화를 이끌었다.

기업은행의 투자에 김 감독의 첫 의도와 다르게 영화는 제작비 8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급으로 제작됐다.

권선주 행장은 연평해전 개봉일인 6월11일 임직원 등과 함께 직접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할 예정이다. '기업 사랑'을 선창해 온 기업은행이 이제 '연평해전'을 통해 나라 사랑에 앞장서는 은행으로 자리 매김하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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