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산이 곧 바다, 화가 이김천 ‘초록바다’…경계없는 세상 위하여

화가 이김천(50)이 ‘초록바다’전을 연다. 경계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작가는 산을 그리려고 했는데, 그만 바다가 돼버렸다. 

‘초록바다’전은 이씨의 31번째 개인전이다. 5월20일부터 6월7일까지 통의동 ‘아트 팩토리 서울’에서 다양한 기법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바다를 그린 작품은 두어 점뿐이다. ‘초록바다’라는 제목의 작품에서조차 바다는 보이지 않는다.

“산을 그리려 그렸는데, 바다가 됐고. 게다가 왼손으로 커튼을 치고 창밖의 바위산을 보는 아저씨가 보인다. 뜬구름 형상놀이지만, 초록바다!”

그는 “전시회에 실제 바다는 많이 안 나온다.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생 자체가 오르는 것, 뭔가 높아지고, 이루고,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바다였다. 내려가더라. 산이 바다고, 오르다가 내려가고, 다 연결이 되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이고, 자연인 것 같다”고 부연했다.

화풍에도 경계가 없다. 동양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을 경험하고 그리다 보니 어떤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대상을 받아들여 표현했다. 무슨 ‘파’, 무슨 ‘풍’ 같은 한 가지로 규정되기보다는 그저 화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작품에는 자유로운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상팔자의 상징인 견공(개)을 연작으로 그리기도 했고,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모티브로 한 전시회도 열었다.

스피커를 만드는 화가로도 유명하다. 돌, 흙, 나무 등 자연물에 스피커를 부착시켜 대량 생산된 소리통에서 나오는 파장이 아닌 자연스러운 소리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김천은 자연과 생활, 특히 사람들에게서 대상을 찾아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린다. “늘 변화하는 자연과 사람 이야기를 그려간다. 나도, 세상도 늘 변하고 있고, 늘 새롭게 다가오며 말을 건다. 당연히 보고 듣는 것은 몸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렇지만 늘 보고 듣던 것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안 밖에서 꿍짝을 잘 맞춰 잘 보고 잘 듣는 재미로 즐겁게 그려간다.”

이번 전시에서도 대상의 경계는 물론 없다.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 파주 장곡리 인근의 저수지(장곡 저수지), 자주 들르는 연탄구이집(장군집 연탄구이), 공사 중인 산(공사중)을 그렸고, 먹물을 내뿜는 문어의 모습(먹물문어)도 재미있다. ‘배추 비슷한 저거 좀 심지마’에서는 흔히 대형 화분에 여러 포기를 심는 꽃배추를 바라보는 화가의 시선이 웃음을 자아낸다.

“궁금하다. 산을 그리려 한 그림에는 바다가 담겼는데, 관객들 마음에는 어떤 이미지가 담길 지가.”

굳이 화가가 그림 속에 투영된 세상 그대로를 느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그 또한 경계이기 때문이다. 보이는대로, 와 닿는대로 받아들이면 된다.

‘이김천’은 본명이다.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서 붙여진 이름이다. 02-736-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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