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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만과 100만의 의미…주말 박스오피스 진단

할리우드 SF 히어로 액션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감독 조스 웨던)이 개봉 17일 만에 9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로써 1000만 관객 달성은 확실해진 상황. 얼마나 빠른 속도로 넘기느냐가 관건이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

박스오피스 2위 '차이나 타운'(감독 한준희)은 100만 관객을 넘겼다. 여러가지 악재 속에서 거둔 의미 있는 성과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을 오가지만, 어찌 됐든 한준희 감독은 한 번 더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한 감독이 타협하지 않고 100만 관객을 얻어냈다는 사실이다.

독특한 형식의 공포영화 '언프렌디드:친구삭제'(감독 레오 가브리아제)가 주말 박스오피스 3위였다. 나쁘지 않은 성적. '언프렌디드'의 실험은 갈수록 평범해지는 한국영화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도전하지 않고 얻어낼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관객은 좋은 영화를 알아주기 마련이다.

맛이 없다고 소문난 '연애의 맛'(감독 김아론)은 역시나 개봉 첫 주말부터 4위로 쳐졌다.

◇900만이 장난이야?

누군가는 볼 사람은 다 봤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동력이 떨어졌다고 말하지만, 그건 질투에 불과하다. 혹은 완전히 잘못된 판단일지도 모른다. 개봉 후 17일 안에 9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영화는 1700만 영화 '명량'이 유일하다. 그리고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정확히 17일 만에 9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에 80만명씩을 불러 모으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이번 주말에는 3일 동안 80만명밖에 불러 모으지 못했다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루에 80만명이나 보는 영화가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란 걸 알아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8~10일 1295개 스크린에서 1만9128회 상영돼 80만4402명이 봤다. 누적관객수는 937만6792명이다. 누적매출액은 796억2131만원이다. 영화는 빠르면 이번 주중, 늦어도 이번 주말에는 1000만 관객을 넘어설 전망이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1000만 관객을 달성하게 되면 '아바타'(1330만명) '겨울왕국'(1029만명) '인터스텔라'(1027만명)에 이어 네 번째 1000만 관객을 달성한 외화가 된다.

이 영화 성공의 의미는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다. 한 편의 시리즈의 성공이 또 다른 시리즈의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블은 내년 5월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를 내놓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어벤져스' 못지않은 초호화 히어로 캐스팅을 성공시켰다. 중요한 건 개봉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아있지만, 국내 관객은 언론을 통해 이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면서 마블이 어떤 영화를 내놓는지 매우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 마블은 정말 끝없이 뻗어 나가고 있다.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북미 지역에서는 이번 주말 7720만3000달러(한화 약 840억원)를 벌었다. 누적 매출액은 3억1258만 달러(한화 약 3400억원)다.

◇100만이 장난이야?

소녀 성장 누아르 '차이타 타운'은 100만 관객을 넘기는 데 성공했다. 호불호가 매우 갈리는 영화이고, 화사한 봄 햇살과 어울리지 않는 우울한 분위기 때문에, 그리고 모든 관객을 빨아들이는 '진공청소기'같은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영향력 때문에 누구도 이 영화가 1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개봉 열흘 만에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차이나 타운'은 8~10일 27만2181명(524개 스크린, 6918회 상영)을 불러 모았다. 누적관객수는 122만3446명이다. 누적매출액은 100억원.

1000만 영화가 매년 쏟아지다 보니 이제 '100만명이 본 영화'라는 타이틀은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한 편의 영화를 100만명이 봤다는 건 여전히 우리 영화계의 규모를 볼 때 성공을 의미한다. 특히 '차이나 타운' 같은 중소규모의 영화는 더 그러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준희 감독은 차기작을 기다려볼 만한 연출가다. 그가 이룬 100만명은 상업성이라는 타협을 꽤 배제한 채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다. '여자가 주인공인 누아르 영화'는 이전 한국영화에는 없었다. 그리고 이런 독특한 지점이 이 영화를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부문으로 이끌었다. '차이나 타운'의 현재 흥행세를 보면 150만 관객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무섭지는 않아도 신선해

'언프렌디드:친구삭제'라는 제목은 입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다. '언프렌디드'라는 말 자체가 낯선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언프렌디드'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상에서 '친구 맺기'를 끊어 버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감이 올 것이다. 영화는 사이버 왕따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영진위에 따르면, 이 영화를 주말 동안 12만3916명(386개 스크린, 3111회 상영)이 봤다. 누적관객수는 14만6011명이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형식의 독창성이다. 다섯 명의 친구가 화상통화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전부인 이 영화는 다섯 명의 통화에 정체불명의 접속자 한 명을 끼워넣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여기에 채팅창과 검색창을 더해 영화 한 편을 완성했다. 유튜브, 페이스북, 구글, 스카이프, 아이튠스, 아이메시지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 플랫폼을 활용해 어떻게 공포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단점 하나는 그리 무섭지 않다는 것.

이 영화의 시사점은 우리 영화계도 이런 도전들을 해나가야 한다는 데 있다. 점점 획일화되고 있는 한국 영화 상황을 고려할 때, '언프렌디드:친구삭제'가 박스오피스 3위에 올라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관객 또한 새로운 영화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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