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 출신 폴 매카트니(73)는 오른쪽 주먹을 불끈 쥐며 무대에 오를 것이다. 막판에는 태극기를 휘날리며 "감사합니다"를….
매카트니가 5월2일 오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펼치는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20 폴 매카트니' 현장을 미리 예상해봤다.
미리 관람한 2013년 11월20일 도쿄돔 '아웃 데어 재팬' 공연과 최근 일본에서 벌이고 있는 '아웃 데어 인 재팬' 앙코르 공연 보도를 종합해서 예측했다.
본래 '아웃 데어 재팬' 앙코르 공연은 지난해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돌연 매카트니의 건강악화로 취소됐다.
하지만 빌보드 재팬 등 일본 미디어에 따르면, 매카트니는 지난 21일 일본 오사카 교세라 돔에서 포문을 연 '아웃 데어 재팬 투어 2015'에서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2시간40분 동안 논스톱 공연
오사카를 시작으로 23·25·27일 도쿄돔, 28일 도쿄의 또다른 공연장인 무도관 무대를 성료한 '아웃 데어 재팬 투어'의 셋리스트를 살펴보면 총 39곡이다.
무엇보다 한번도 쉬지 않고 2시간40분 동안 이 곡들을 소화한다는 점이 놀랍다. 매 곡마다 놓칠 수 없는 순간이니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는 것이 필수. 5월 초 밤 다소 쌀쌀한 날씨에 야외 공연장에서 2시간 이상을 버티다 보면, 요의(尿意)가 느껴질 수 있으니 물 마시는 것도 조정이 필요하다.
2013년 일본 공연 때 원곡의 음정을 낮추지 않아, 놀라움을 일으켰던 매카트니는 이번 투어에서도 원음 그대로 부른다. 무엇보다 20여 곡이 비틀스 음악인 만큼 '떼창'이 넘쳐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매카트니는 지난 2013년 6년 만에 신곡을 담은 새 앨범 '뉴(NEW)' 발표 당시 "신곡만으로 공연을 할 수는 없다. 사람들이 내게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공연에서 '헤이 주드'를 부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말한 바 있다.
"나 나 나 나 나, 나 나 나, 헤이 주드~."라는 후렴구가 귀에 감기는 '헤이 주드'가 가장 유력한 떼창 후보곡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도 장관을 연출했던 곡이다. 이와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으로 항상 손꼽히는 '렛 잇 비' '예스터데이' 역시 기대를 모은다.
이밖에 '아이 소 허 스탠딩 데어(I Saw Her Standing There)' '캔트 바이 미 러브(Can't Buy Me Love)' 등 비틀스 초기 로큰롤 기반의 경쾌한 곡들과 '더 롱 앤 와인딩 로드(The Long and Winding Road)' 등 완숙함이 느껴지는 비틀스 말기 시절의 레퍼토리가 고루 섞인다.
이밖에 비틀스 해체 이후 자신과 전 아내 린다 매카트니 주축으로 결성한 밴드 '윙스' 시절의 곡, 2013년 발표한 자신의 솔로 앨범 '뉴(NEW)' 수록곡들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일본 투어에서는 오픈월드 FPS게임 '데스티니'의 주제곡인 '호프 포 더 퓨처(Hope For The Future)'를 세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마지막곡은 언제나 비틀스의 '디 엔드'다. 매카트니의 공연의 피날레를 항상 장식하는 곡이다. 비틀스 네 멤버들이 애비 로드 EMI스튜디오 앞 횡당보도를 건너는 재킷 사진으로 유명한 앨범 '애비 로드'(1969)에 실렸다. '디 엔드' 직전에 부르는 '골든 슬럼버스(Golden Slumbers)' '캐리 댓 웨이트(Carry That Weight)' 역시 이 앨범에 실렸다.
◇그 외 주목해야 할 곡과 장면들
매카트니의 주도 아래 만들어진 앨범으로 동명영화를 바탕으로 한 앨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Magical Mystery Tour)'(1967)의 타이틀곡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로 이번 투어의 포문은 열린다.
2013년 투어에서는 '에이트 데이스 어 위크(Eight Days a Week)'로 시작했다. 당시 불렀던 '올 마이 러빙' '에브리바디 아웃 데어' 등이 빠지고 대신 '호프 포 더 퓨처(Hope for the Future)' 등이 이번에 추가됐다.
배려심이 많은 매카트니는 간단한 인사는 우리말로 할 예정이다. 그 외 말들은 영어로 한다.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한다고 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꼭 알아야 할 내용은 영상에 우리말 자막으로 띄운다.
몇 곡과 관련해서는 미리 숙지해놓고 가면 좋다. 비틀스의 또 다른 멤버 존 레넌(1940~1980)에게는 '히어 투데이(Here Today)', 역시 또 다른 멤버 조지 해리슨(1943~2001)에게는 해리슨이 작곡한 '섬싱(Something)'을 헌정한다.
'메이비 아임 어메이즈드(Maybe I'm Amazed)'는 전 아내인 사진 작가 린다 매카트니(1941~1998), '마이 밸런타인'은 현재의 아내인 낸시 쉬벨(54)을 위한 곡이다.
'라이브 & 렛 다이'를 부를 때 치솟는 수십차례 불기둥 등 몇몇 무대 효과들도 주목할 만하다. 매카트니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춰온 폴 위킨스(키보드), 브라이언 레이(베이스·기타), 러스티 앤더슨(기타), 에이브 라보리엘 주니어(드럼) 등의 연주력도 눈여겨봐야 한다.
공연 시작 전 매카트니의 생애를 다룬 비디오를 상영한다. 1시간 일찍 와 그를 기다리는 것이 콘서트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 함께 즐길 거리
매카트니는 채식주의다. 이번 공연에서 '에코VIP' 초청 행사를 맡은 '한국 고기없는 월요일'(Meat Free Monday Korea)은 그의 사상에 공감하는 한국 유명인사를 초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박찬욱 영화감독, 가수 겸 DJ 배철수, YB 윤도현 등이 초대목록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5월25일까지 대림미술관)을 함께 봐두면 좋다. 비틀스 해체 뒤 스코틀랜드 농장에서 머무는 매카트니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비틀스 이후, 솔로 커리어가 시작되기 직전이니, 현재 솔로 콘서트의 원류를 가늠해볼 수 있다.
매카트니를 비롯해 비틀스 멤버가 내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74)만 생존해 있다. 레넌은 자신의 광적인 팬인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해리슨은 폐암으로 숨을 거뒀다. 이번 공연은 비틀스 출신 뮤지션의 처음이자 마지막 내한공연이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판단이다.
매카트니가 마지막에 부를 '디 엔드'의 끝 부분 노랫말은 '앤드 인 디 엔드, 더 러브 유 테이크 이스 이퀄 투 더 러브 유 메이크(And in the end, the love you take is equal to the love you make)'. 결국, 자신이 받게 되는 사랑은 자신이 베푼 사랑과 같다고 노래한다. 영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팬들의 사랑을 받는 매카트니의 현 모습이다.
50년이 넘도록 노래로 사랑을 베푼 그는 팬들의 변함 없는 지지로 보답받고 있다. 공연의 끝자락, 붉은 태양으로 붉게 물든 스크린과 그 앞에서 흩뿌려지는 화려한 종이가루는 매카트니가 축복받는 자임을 은유한다. 이 모습을 보는 한국 관객 역시 축복이 있을지니. 5만5000~30만원. 라이브네이션코리아·9ENT. 02-332-3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