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웰메이드 블랙코미디' 예감…뮤지컬 '유린타운'

10년 만에 재공연을 앞둔 뮤지컬 '유린타운'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27일 밤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월요쇼케이스-유린타운'을 통해서다. 

세태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배우들의 호연 그리고 특히 음악에 방점이 찍힌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마을이 배경이다. '유린 타운(Urine Town)'은 우리말로 표현하면 '오줌 마을'이다. '유료 화장실 사용권'을 둘러싸고 이익을 취하려는 독점 기업 '쾌변 주식회사'와 가난한 군중들이 대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거리만으로 세태 풍자가 된다. "또 (화장실 사용) 요금을 올리냐"는 극 중 서민들의 투정은 2015년 서울의 지금과 맞닿는다. 여기에 독점 기업의 위선 등 부조리 역시 공감대를 산다. 

주제가 묵직하다고, 극이 무거울 거라는 지레짐작은 거둬라. 블랙 코미디의 해학과 밝은 에너지가 극 내내 넘실거린다.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가 한몫한다. 가수와 뮤지컬배우를 활발히 오가는 아이비는 백치미가 돋보이는 주인공 '호프 클로드웰'을 맡았다. 지고 지순한 여인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투쟁을 선동하는 캐릭터다. 아이비가 그간 출연한 '고스트'의 '몰리'(청순함), '시카고'의 '록시'(섹시함)를 합쳐놓은 듯하다. 

주·조연을 오가는 최정원은 반전의 키를 쥐고 있는 '페니 와이즈' 역을 연기한다. 섬세한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을 필요로 하는 배역이다. 

아이비와 최정원은 이에 따라 '키스 미 케이트'를 시작으로 '시카고' '고스트'를 거쳐 '유린타운'까지 아이비가 출연하는 모든 뮤지컬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호프의 상대역인 남주인공 '바비 스트롱' 역에 더블 캐스팅된 뮤지컬배우 김승대와 정욱진은 귀여우면서도 어수룩한 이 역에 제격이다. 성기윤, 이동준, 이경미 등 초연 배우들의 연기도 볼 거리다. 참견쟁이 '리틀 샐리' 역의 최서연은 통통 튄다. 

단출하지만 풍성한 사운드의 넘버가 일품이다. 건반, 콘트라 베이스, 드럼, 색소폰 등으로 구성된 밴드 편성은 넉넉하다. 이날 넘버 7곡이 공개됐는데, 재즈 풍의 고급스러움과 함께 흥겨운 구성이 일품이었다. '투 머치 익스포지션' '팔로 유어 허트' 등이 특히 귀에 감겼다. 쇼케이스의 마지막 순서로 들려준 '런 프리덤 런'은 배우들의 중창이 돋보였다. 음악 수퍼바이저 김문정, 콘트라 베이스의 서영도 등 초연에 참가했더 뮤지션들의 지원도 든든하다. 

'유린타운'은 이처럼 내용, 배우 연기, 넘버 등 삼박자가 어울리며 '웰메이드 블랙코미디'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뮤지컬 '원스'에서 '빌리' 역을 맡았고, '유린타운'에서 '피프' 상원의원을 연기하는 이정수는 "'원스'가 현실에 판타지를 가미해 요만큼의 달콤함을 선사했다면, '유린타운'은 판타지에 들어간 현실이 이만큼의 쓴맛을 안긴다"고 했다. 블랙코미디의 핵심을 절묘하게 포착했다. 

2002년 토니상에서 연출상, 극본상, 작곡상 등 주요 3개 부문을 휩쓸었다. 그 해 국내 초연했고 2003년, 2005년 재공연했다. 이번 무대는 연극 '푸르른 날에'와 '가을소나타',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에서 임영웅, 고선웅 연출을 보좌한 신예 연출 이재은의 '입봉'작이다. 

이날 쇼케이스는 인터파크씨어터(대표 김양선)가 운영 또는 위탁 운영하는 공연장 4곳에서 선보이고 있는 '월요쇼케이스'의 하나로 선보였다. 

5월17일~8월2일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극본·작사 그레그 코티스, 작곡·작사 마크 홀맨, 음악감독 구민경, 안무 샘 비브리토, 조명디자인 민경수. 4만~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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