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거목 박목월(1915~1978), 서정주(1915~2000), 황순원(1915~2000)이 재조명된다.
한국작가회의(이사장 이시영)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5월7일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개최되는 심포지엄을 시작으로 펼치는 '탄생 100주년 문학인 기념문학제'를 통해서다. 문학제는 2001년 시작, 올해 15회 째를 맞았다.
1915년생 문학인이 대상으로 박목월·서정주·황순원을 비롯해 강소천·곽종원·임순득·임옥인·함세덕 등 8명이 대상작가로 선정됐다. 박목월의 경우 1916년생으로 알려졌지만, 유족과 제자들이 1915년생이라고 주장함에 따라 100주년 문학인에 포함했다.
문학적인 지향과 성과, 시대의 상황과 경향 등을 고려해 여섯 명의 문학인을 집중 조명한다. 강소천·박목월·서정주·임옥인·함세덕·황순원 등이다. 곽종원·임순득은 총론 등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강소천은 아동문학의 발판을 마련한 작가다. 박목월은 조지훈·박두진 등과 '청록집'을 발간하며 소위 '청록파'로 불리는 특징 있는 시파를 이뤘다. 서정주는 한국시의 중심부에 서 있는 대표 시인으로 가장 많은 독자를 지니고 있다.
임옥인은 여성의 결혼 문제와 가정 문제를 다룬 단편들을 발표하며 '여류작가'로 명명됐다. '동승'의 함세덕은 세련된 극작술로 희곡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황순원은 널리 읽힌 단편 '소나기'뿐만 아니라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목넘이 마을의 개' '카인의 후예' 등의 작품을 남겼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20대에 한글로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해방 후 본격적인 문학 활동을 전개해 문학사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에 착안, 올해의 주제는 '격동기, 단절과 극복의 언어'다.
곽효환 시인(대산문화재단 상무)은 "올해는 유난히 유명 작가들이 많은 해"라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분단 이후 한국문학 중심에서 활동한 작가들이라는 특징도 있다"며 "문학제 15년만에 해방 이전에서 해방 이후로 중심을 옮긴다는 성격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학제의 문을 여는 세미나는 서정주의 문학과 삶의 논쟁적인 부분을 다룬 세션, 서정주 시세계 변화의 키워드인 순수와 보편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는 세션, 박목월 시의 미덕을 살펴보는 세션, 강소천의 문학세계를 재조명하는 세션, 함세덕 희곡의 가치를 평가하는 세션 등으로 구성됐다.
세미나에 이어 8일 오후 7시 연희문학창작촌에서는 100주년 대상 문인들의 문학작품을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문학의 밤'이 열린다. 서정주의 시 '자화상'의 시구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를 주제로 낭독, 낭송, 노래, 낭독극, 마임 등이 펼쳐진다.
다양한 부대행사도 연중 계속된다. 황순원의 작품을 주제로 한 문학그림전이 9~11월 교보문고 광화점과 황순원문학촌에서 개최된다. 시인 정현종·황동규, 연기자 손숙·윤석화 등이 함께하는 '서정주 탄생 100주년 기념 시 잔치'는 6월29일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작가별 학술대회도 마련된다.
계간 대산문화 여름호도 탄생 100주년 문학인 특집으로 꾸며진다. '아버지'로서의 작가를 회고하는 '나의 아버지' 코너에는 강소천, 박목월, 서정주의 아들들이 쓴 아버지에 대한 글이 실린다. 황순원에 대한 오마주로 후배 작가 전상국, 박덕규, 서하진, 이혜경, 구병모가 쓴 '소나기' 속편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사업은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도 진행해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