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상자료원, 이만희·김수용 감독 작품 등 한국 극영화 94편 발굴

뛰어난 영화적 성취로 한국 영화계에 큰 발자취를 남겼지만,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던 한국 극영화 94편이 한국영상자료원에 의해 발굴됐다. 한국영상자료원 설립 이래 최대 성과다.

이번에 수집된 영화 중에는 이만희, 임권택, 김수용 등 당대 최고 감독의 작품과 한국영화사의 거장으로 불리는 노필, 정진우, 최하원 감독의 데뷔작도 포함돼 한국영화사의 사료적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꿀 수 있게 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이하 영상자료원)은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미보유 극영화 발굴 공개 언론시사회'를 열고 정진우 감독의 '외아들'(1963), 임권택 감독의 '전장과 여교사'(1965), 이만희 감독의 '잊을 수 없는 연인'(1966), 김수용 감독의 '만선'(1967), 최하원 감독의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 등 5편의 영화를 5분 분량으로 편집해 공개했다.

'외아들'과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정진우·최하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전장과 여교사'는 임권택 감독의 14번째 작품이고, '잊을 수 없는 연인'은 이만희 감독의 영화적 화술이 변하는 기점이 되는 작품이다. '만선'은 1960년대 문예영화 붐을 가져왔다.

이날 시사회에는 정진우·임권택·김수용·최하원 감독이 참석했고, 고(故) 이만희 감독의 딸인 배우 이혜영이 이만희 감독을 대신해 자리했다.

이번 한국영화 대규모 발굴은 영상자료원이 지난달 11일, 1970년대 서울 종로에서 순회 영사업을 하던 한규호 연합영화공사 대표로부터 미보유 한국영화 94편 106벌을 포함해 이미 보유하고 있던 영화 356편 455벌을 기증받으면서 이뤄졌다. 

한규호 대표는 순회 영사업이 하향길에 접어들자 필름 배급업을 정리했지만, 당시 수집한 16mm 영화 필름은 폐기하지 않고 여러 군데의 개인 소유 창고에 보관해왔다.

2013년 6월, 한 대표가 2001년부터 경기도 이천의 한 컨테이너에 이 필름들을 보관해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영상자료원은 한 대표와 접촉해 지난해 10월, 이 창고를 찾아 3.5t 분량 16mm 필름을 영상자료원으로 이관했다.

특히 이번에 새로 발굴된 94편의 영화 중 84편이 한국 영화계의 전성기로 평가받는 60~70년대에 흥행에 성공했고 작품성도 인정받는 영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임권택 감독은 "필름에 찍힌 배경이나 당시 우리 영화 촬영 현장 사정이 드러나니까 상당히 소중한 자료다"며 "이 많은 작품을 잘 보관해 물려준 한 대표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부끄러운 작품이라 발굴이 안 돼서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공개돼버렸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임권택 감독의 '전장과 여교사'는 이번에 발굴된 94편의 영화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기존에 영상자료원이 보유하고 있던 '전장과 여교사'는 훼손이 심해 일반에 공개할 수 없었다.

이만희 감독의 딸 배우 이혜영은 이날 행사를 "역사적인 자리"라고 표현하며 1975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했다. 이혜영은 "지금도 영화를 만들고 있는 임권택 감독님을 보니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 상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하원 감독은 "젊은 시절 만들었던 영화를 보니 의욕이 충만해서 영화 공부를 하던 때가 떠올라 감동적이었다"고 밝혔다.

이만희 감독의 '잊을 수 없는 연인'은 23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에서 열리는 '이만희 감독 전작전'에서 일반에 공개된다. 또 영상자료원은 6월12일부터 7월5일까지 '한국영상자료원 발굴, 복원전'을 열고 '외아들' '전장과 여교사' '만선' '비탈에 서다'를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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