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관장 이귀영)이 일본 류큐(琉球)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를 마련했다.
9일부터 내년 2월 8일까지 고궁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류큐 왕국의 보물’이란 제목으로 류큐 왕국 유물 200여 점을 선보인다. 일본 국보 33점과 중요문화재 6점이 포함됐다.
고궁박물관 측은 4일 “유물 대다수가 국외로 반출돼 전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여러 기관의 류큐 왕국 관련 문화재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류큐 왕국은 19세기까지 지금의 일본 오키나와현에 존재했던 독립 왕국이다. 15세기 성립됐으며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를 잇는 해상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이용해 중계무역으로 번성했다. 16세기 초반 일본 사쓰마번(薩摩藩)의 침입을 받고, 이후 에도막부(江戶幕府)의 강한 간섭을 받아 중국과 일본 양측에 모두 조공을 바치는 상황에서도 독자적인 문화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1879년 일본 메이지 정부에 의해 강제 병합돼 현재의 오키나와현이 됐다.
전시장에는 왕실의 상징인 왕관과 왕실 복식, 왕실 의례용 기물 등 류큐 왕국의 통치자 쇼(尙)씨 왕가 유물과 왕실 칠기, 조선의 영향을 받아 발달한 도자기, 류큐 왕국의 역사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서적과 회화류, 전통 악기 등이 설치된다.
류큐 왕국 관련 유물들은 나하시역사박물관과 오키나와현립박물관·미술관, 우라소에시미술관, 슈리성관리센터, 우라소에시교육위원회 등 5개 기관과 도쿄국립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 소장품이다.
일본 국보 ‘류큐 국왕의 왕관’ 등 일부 유물은 전시 개막 후 2주 동안만 공개된다. ‘류큐 국왕의 왕관’은 국왕이 중요한 국가의식이 있을 때 착용한 관으로 비녀가 꽂혀있다. 중국 명나라 황실에서는 류큐 국왕을 책봉할 때 관복과 함께 관을 하사했다.
국왕이 중국에서 온 책봉사를 영접할 때나 설날 등 왕국의 공식 행사 때 착용한 의례용 복식인 ‘국왕의 의례용 의상’(18~19세기), 붉은색 바탕에 용과 화염보주 문양을 빙가타 기법으로 염색한 의복인 ‘왕자용 용보주문 빙가타 겹옷’(18~19세기), 왕실 여성과 국왕의 사적 생활공간인 우치바루에서 축하연 등의 의식에 상용됐던 도구 ‘왕실 의례용 기물’(17~18세기) 등의 국보도 있다.
류큐 왕국과 조선 왕조 사이의 교류와 조선 시대 지식인들의 류큐 왕국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지도와 서적 등도 전시됐다.
전시 기간인 9일과 내년 1월22일 류큐 왕국의 역사와 문화, 조선과의 교류에 관한 특별강연회가 열린다. 9일에는 이나하시역사박물관장과 우라소에시미술관장이 류큐 왕국의 역사와 문화를 강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