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주장다웠다. 한국 리틀야구의 세계 정복에 기여한 대표팀 주장 황재영(13)이 10대 소년답지 않은 의젓한 자세로 주목을 받았다.
황재영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리틀야구장에서 열린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에 참석해 대회를 치르면서 느낀 감정을 가감없이 털어놨다.
박종욱 감독이 이끄는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은 지난달 2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윌리암스포트 라마데구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미국 그룹 1위 일리노이(시카고 지역 대표)를 8-4로 제압하고 우승을 차지했다.
조금 시간이 흘렀지만 29년 만에 밟은 정상의 기억은 여전히 강렬했다. "당초 1승이 목표였다. 선수들끼리 즐기면서 하자고 이야기했다"던 황재영은 "우승해서 무척 기쁘다. 친구들과 함께 해서 얻은 우승이라 매우 뜻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은 체코와의 개막전 대승으로 1차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한 뒤 푸에르토리코와 일본 등 야구 강국들을 잇달아 격파했다. 1-5로 끌려가던 푸에르토리코와의 2차전을 잡은 것은 민감한 어린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됐다.
황재영은 "푸에르토리코전에서 4점을 지고 있어서 지는 줄 알았다. 당시 선수들에게 '져도 되니 부담 갖지 말고 즐기자. 결과는 나중에 생각하자'고 말해줬다"고 떠올렸다.
한국 소년들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증폭됐다. 결승전에서는 2만명이 넘는 관중이 이들을 지켜봤다. 대회를 통해 알아보는 현지인들도 제법 늘었다. 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황재영은 "리틀야구에 그런 관심이 있는지 정말 몰랐다. 웬만한 프로보다 환경도 더 좋았다"면서 "나에게 사인도 요청했다. 원래 사인이 없었는데 미국에서 만들었다"고 수줍게 웃었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는 했지만 아직 한국 리틀야구의 환경은 정상권과는 거리가 멀다. 맘 놓고 뛰어 놀 전용구장조차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황재영은 "이번 우승으로 관심이 많이 생겨나 후배들이 더욱 좋은 환경에서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제 막 꽃피우기 시작한 10대 초반 소년답지 않은 진중한 답변이었다.
롤모델로 클레이튼 커쇼(LA다저스)를 꼽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커쇼가 겸손하고 성실하고 어려운 이웃들도 많이 도와준다고 해서 롤모델로 삼았다"는 것이 그의 설명했다.
황재영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없지만 아버지께서 성공하면 어려운 이웃을 많이 도와주라고 하셨다"면서 슈퍼스타가 돼 선행을 펼칠 훗날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