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24일 정부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거시정책을 펴기로 한 것에 대해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경기부양책보다는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대책을 주문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는 하지만 앞으로 악화될 우려 있다"며 "무상복지 문제도 있고 공공기관 부채를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아주 좋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내년에 쓸 것을 올해 당겨 쓰고 여기서 잘 안되면 내후년에 쓸 것을 내년에 당겨쓰겠다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재정이 악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 교수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3% 중반대로 보고 있는데 이 정도면 잠재성장률에 근접해 있는 수준"이라며 "문제는 잠재성장률 자체를 높이는 것이지 올해 성장률이 몇%가 되느냐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경제 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분배구조 악화"라며 "단기 부양책을 써서 성장률을 어느정도 올리더라도 장기적으로 분배구조 악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진단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확장적 정책기조로)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것은 확정적인 반면 경기가 좋아져서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는 확률에 불과하다"며 "확률적인 것을 기대하면서 확정적인 손실을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재정확대와 같은 정책들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경기부양을 주도해도 개인과 기업이 여기에 맞춰 움직여주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기업들이 정말 국내에 투자할 유인이 있어야 하는데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찬반이 엇갈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LTV·DTI는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 목적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투기를 막고자 하는 목적이 더 컸다'며 "지금은 그런(부동산 과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손을 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신 부문장은 "LTV·DTI가 지역별·금융업권별로 다른 점을 단순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2금융권 등의 대출이 줄고 은행권 대출이 늘어 가계부채의 구조가 긍정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허문종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부채의 질이 개선된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과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의 신용도 차이 등 대출 처지가 다르다"고 말했다.
허 연구원은 "지금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소득이 낮다는 것"이라며 "저소득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인데 더 늘리는 방향으로 몰고가면서 소비를 살리겠다는 것은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기업 이익의 일정 비율을 투자, 임금상승, 배당 등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가도록 하고 기업이 과도이익을 유보할 경우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칭)'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안동현 교수는 "우리 기업들이 이익을 임금이나 배당을 통해 유출하는 것보다 내부에 쌓아두는 비율이 굉장히 크다"며 "내수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이 가계쪽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반적인 방향성은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직접 주식에 투자하는 인구가 20%대여서 혜택을 받는 가계가 한정돼 있고 대기업 근로자만 (기업소득환류세제에 의해) 임금 인상 혜택을 받게되기 때문에 얼마나 분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을 지는 모르겠다"며 "방향성은 맞지만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허문종 연구원은 "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는 마땅한 투자거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인위적으로 세금을 물려서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신민영 부문장은 "(가계 소득을 늘려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이) 전통적인 경제의 작동 구조는 아니다"며 "워낙 내수가 부진하니까 긍정적인 충격을 주겠다는 뜻으로 보이지만 그런 방법을 통해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