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들이 4명(2부리그 '챔피언십' 2명 제외)이나 뛰고 있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EPL)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다음 시즌 챔피언십으로의 강등 위기에 놓인 감독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는 중이다. 20개 팀이 경쟁하는 EPL은 매년 5월 정규시즌이 끝난 뒤 최하위 3개 팀을 챔피언십으로 내려보낸다.
풀럼 구단은 2일(한국시간) 새벽 마르틴 욜(57) 감독의 퇴진을 공식 발표했다.
욜 감독은 2011년 6월 풀럼의 사령탑에 오른 이후 재정 상태가 불안정한 팀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2011~2012시즌 9위에서 2012~2013시즌 12위로 급락한 뒤 올 시즌 10월27일 사우샘프턴, 11월 3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0일 리버풀, 24일 스완지시티, 12월1일 웨스트햄에 5연패하는 등 올 시즌 3승1무9패(승점 10)로 리그 18위로 추락하면서 끝내 보따리를 쌌다.
욜 감독은 앞서 지난달 현지 베팅업체 코랄로부터 경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로 지목되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책정된 배당률은 3분의 1에 달했다.
후임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 합류한 르네 뮬레스틴(49) 수석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끈다. 뮬레스틴 대행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군 코치, 안지 마하치칼라(러시아) 감독 출신이다. 곧 대행 꼬리표를 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리그 19위 선더랜드, 20위 크리스털 팰리스 등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감독을 교체했다.
선더랜드는 지난 9월23일 파올로 디 카니오(45) 감독을 해임했다. 카니오 감독은 2012~2013시즌 말인 지난 4월1일 부임해 2부 리그 강등권에 놓여있던 팀을 EPL에 잔류시킨 공로자다. 그러나 올 시즌 기성용(24)을 비롯한 선수 14명을 수혈하고도 5경기에서 1무4패로 최하위에 머문 것이 문제가 돼 단명했다. 후임으로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챔피언십)의 감독을 지낸 거스 포옛(46)이 지난 0월 취임했다.
크리스털 팰리스는 지난 10월 이안 할로웨이(50) 감독을 자진 사퇴 형식으로 경질했다. 지난해 11월 감독에 취임해 8시즌 만에 팀을 EPL에 복귀시킨 일등공신이었기에 충격이 컸다. 후임으로 스토크시티 감독 출신인 토니 풀리스(55)가 11월26일 취임했다.
강등권 팀들 뿐만 아니다.
그보다 성적이 높은 팀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칼부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 핫스퍼의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36) 감독, 17위 카디프시티의 말키 멕케이(41) 감독 등이 사정권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아스 감독은 토트넘이 6승3무4패로 리그 9위에 그치면서 경질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최근 리그에서 벌어진 4경기에서 2무2패로 연속 무승인데다 지난달 24일 맨체스터시티를 상대로 한 EPL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6으로 참패한 것이 결정적이다. 보아스 감독은 코럴의 경질 감독 후보 베팅에서 10분의 1의 배당률로 노리치시티의 크리스 휴튼 감독(55·배당률 8분의 1)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다만 1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프리미어 리그 13라운드 경기에서 2-2로 비겨 잠시 숨을 돌린 상태다. 보아스 감독은 현지 언론에 "경질설은 단지 설일 뿐이다. 첼시에 있을 때도 숱하게 겪었던 일이다"라고 여유를 보였지만 4일 풀럼, 7일 선더랜드 등 약체팀들과의 원정경기에서 대승을 거두지 못하면 현재 후임으로 거론되는 거스 히딩크(67·전 안지)·미카엘 라우드럽(49·현 스완지시티)·루이스 엔리케(43 현 셀타비고)·유프 하인케스(68·전 바이에른 뮌헨) 감독 등이 대안으로 강력히 제시될 전망이다.
김보경(24)의 스승인 멕케이 감독은 성적보다는 구단주와의 불화 때문에 경질설에 휘말려 있다.
2010년 카디프시티를 인수한 뒤 공격적인 투자로 멕케이 감독을 뒷받침해 온 말레이시아의 억만장자 빈센트 탄(61) 구단주는 팀이 51시즌 만에 EPL에 복귀한 올 시즌 들어 전횡을 일삼으면서 멕케이 감독과 사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탄 구단주는 선수단 운영 간섭은 물론 10월 초에는 멕케이 감독의 오른팔인 이언 무디 전력보강 책임자를 해고하고, 경험이 전무한 23살짜리 아들 친구를 기용해 구설수에 올랐다.
다만 멕케이 감독이 아스날을 상대로 벌인 1일 EPL 13라운드 홈경기에서 0-3으로 대패하기는 했지만, 올 시즌 팀을 EPL에 복귀시킨데다 EPL에서도 3승4무6패의 준수한 성적, 그것도 8월26일 3위 맨시티(3-2 승), 31일 5위 에버턴(0-0 무승부)·25일 맨유(2-2 무승부) 등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보여주면서 선수와 팬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어 멕케이 감독이 스스로 떠나면 떠났지 지휘봉을 빼앗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멕케이 감독은 현재 노리치시티에서 탐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거듭되는 전횡에다가 결정적으로, 아시아 마케팅을 목적으로 팀의 전통 컬러인 블루를 버리고 레드로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만들어 입힌데 분노한 팬들이 구단주 퇴진까지 외치고 있어 누가 먼저 떠나게 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멕케이 감독이 2012~2013시즌을 앞두고 김보경을 영입한 이래 그를 든든하게 지지해준 것을 감안한다면 멕케이 감독의 거취가 선더랜드에서 카니오 감독을 대신한 현 체제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처지의 지동원에서 볼 수 있듯, 김보경의 향후 행보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