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취임사로 본 한국 경제의 기대와 우려

[파이낸셜데일리 정길호]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내용을 분석해 보면 한국 경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내비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짧은 연설이었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국제사회 연대 등이 핵심이었다.

 

취임사는 새 정부의 비전과 정책 추진 방향성을 미리 볼 수 있는 만큼 한국 경제 측면에서도 신정부가 추진할 향후 진로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사는 국정 전반에 걸친 내용이겠지만 어떤 내용도 경제와 연관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치나 이념·철학은 용어라 할지라도 그 실천 방향과 정도에 따라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중에 ‘공정’ 1회, ‘상식’, ‘소통’과 ’통합’이라는 단어는 언급되지 않았고 대신 ‘자유’라는 단어를 무려 35회나 언급했다.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하자고 강조했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면서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언급해 자유가 정치·경제와 결부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또한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고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경제 관련 기회의 균등을 강조한 대목이다. ‘반지성주의’를 경계하는 대목도 있었다. 정치적 용어처럼 비춰지지만 경제에서는 공정한 거래, 경제 정의, 생산자/소비자의 윤리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주요 경제 정책 방향은 자유, 민주주의 및 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기업 규제 완화와 부동산 정책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장관에 내정된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청문회에서 밝힌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히 풀어 부동산에 대한 시장 기능을 회복하겠다"고 한 대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그 이전에 왜곡된 시장 경제에 대한 문제해결과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공공사업 확대 정책 등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선 것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동시에 재계에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민간 주도 경제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규제 완화 및 투자 지원 등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각종 규제를 풀겠다는 발언에 재계는 환영했고 국민들은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다. 도약과 빠른 성장 과정에서 많은 국민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도약과 빠른 성장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다고 말한 것처럼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은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으로써 과학 기술의 진보와 혁신을 이뤄낸 많은 나라들과 협력하고 연대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기대와 달리 신정부의 경제 정책 중에 우려된 것들을 살펴보면 취임 당일 한국 주식시장은 코스피, 코스닥 양 시장 모두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하여 신정부의 시장 경제 정책에 대한 반응은 밝게만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주가라는 것이 전일 미국 시장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 작용으로 결정되는 것이지만 자유와 시장 경제주의를 추구하는 보수정권 출범 당일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인다.

 

  그동안의 대북 강경 이미지와는 달리 취임사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도 그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라고 하여 다행이지만 “일시적으로 전쟁을 회피하는 취약한 평화가 아니라 자유와 번영을 꽃피우는 지속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표현에서 자칫 잘못 판단하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한반도 리스크는 한국 투자를 억제하고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미쳐 경제를 불안하게 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올해 초부터 국제 정세의 불안으로 원자잿값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미·중 대결로 특징 지워지는 신냉전에 대한 대응도 매우 주도면밀해야 한다. 쿼드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각 반(反)중국 연합 협력체다. 미국의 입장은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여겨진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미국 편에 서는 것이 유리할 수 있었으나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특정 국가의 이익은 다른 강대국의 손해로 여겨지고 있어 대외 통상에 크게 의존하는 대한민국 경제에는 악영향일 수 있다. 중국을 겨냥한 사드 배치로 한국의 L그룹과 한국 경제가 감내해야 했던 고통의 양과 기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게으른 정부, 현명하지 못한 대응이 부른 참사였다.

 

시장 경제에서 소비자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없다. 소비자들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비교 자료들을 기업이 경영 활동에 반영,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LG전자, 삼성전자 등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의 친기업 일변도의 정책이 소비자들의 권리를 희생시켜서는 결코 올바른 방향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 소통과 통합이 국익에도 중요하다. 한반도에서 지속적인 경제적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강대국들에게 빈틈을 주지 않는 것에 있다. 역사적으로도 국론이 분열되어 있을 때 제국주의의 영향력 행사는 더욱 강했다.

 

명청 교체기 때에 친명파와 중립 외교를 강조했던 세력의 분열을 틈타 남한산성과 삼전도의 굴욕으로 상징되는 병자호란을 겪은 바 있고 조선 말기 동학혁명 때 외세를 통해 막고자 했던 유약한 조선 정부가 청나라와 일본을 끌어들이는 결과로 후에 식민 지배를 받기까지 한 것이다.

 

현재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에서 한국의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 국론이 통일된 국가는 아무리 강대국이라 할지라도 그 나라의 국민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역사적, 국제적 관례이며 인식인 것이다.

 

분열을 틈타 자기 나라를 지지하는 세력과 결탁하여 한국 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곧 혼란인 것이다. 이렇듯 정부가 소통과 통합을 통해 국론을 모으는 것이 정치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경제 번영과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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