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주총 시즌이 돌아왔다…오늘 삼성전자부터 주요 상장사 주총 잇따라

8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 모셔라"
미래 신사업·ESG 경영 강화·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주목

 

[파이낸셜데일리 송지수 기자] 오늘 삼성전자 주총을 시작으로 포스코, LG화학, 현대차, LG전자 등의 주총이 잇따라 열리는 등 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주총 시즌이 시작됐다. 오는 29일은 하루동안 400곳에서 주총이 열리는 '슈퍼 주총 데이'로 꼽힌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병행해 열리는 올해 주총 시즌에는 ▲주주 배당 확대 ▲여성 사외이사 선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에 따른 주주 가치 제고 ▲신사업 재편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16일 한국거래소와 재계 등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배당금 확대를 이번 주총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코로나19 특수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배당금을 대폭 늘리게 됐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주당배당금을 전년의 1천170원 대비 30% 이상 상향된 1천540원으로 결정했다. 또 올해부터 2024년까지 새로운 배당 정책을 적용하기로 하고, 기존에 1천원이었던 주당 고정배당금을 1천200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효성티앤씨는 보통주 한주당 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전년의 주당 배당금(5천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0배나 늘린 '파격 배당'인 셈이다.

 

앞서 SK는 2015년 통합지주사 출범 이후 최대인 주당 8천원의 배당을 발표했다. 기아도 작년 기말 배당금으로 전년보다 세배 오른 주당 3천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들이 역대급 실적을 올린데다 ESG 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배당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최근 소액주주들이 단체행동을 통해 기업에 주주환원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이를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8월 시행되는 새 자본시장법을 앞두고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새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법인의 이사회를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하지 않도록 해 사실상 여성 이사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이사회가 전원 남성으로 구성된 기업들은 여성 사외이사 모시기에 나선 모습이다. LG그룹에선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이달 23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고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이현주 카이스트(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와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LG디스플레이는 강정혜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LG이노텍은 이희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각각 선임한다.

 

앞서 ㈜LG를 비롯, LG전자, LG유플러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들은 지난해 주총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뽑았다. 이외에 삼성엔지니어링과 한화시스템, LX인터내셔널 등도 이번 주총에서 창사 이래 첫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한다. 이미 여성 사외이사가 있는 삼성전자에선 첫 여성 이사회 의장이 탄생할지도 관심이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인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달 임기 만료로 물러나는데 후임 의장 후보 중 한 명으로 2018년부터 삼성전자 사외이사직을 맡아온 김선욱 전 법제처장(전 이화여대 총장)이 거론된다. 삼성전자에선 아직 여성 이사회 의장이 나오지 않았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내달 16일 주주총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통령실 환경비서관(2009∼2010년)을 지낸 한화진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 석좌교수를 여성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LG전자는 24일 주총에서 사업목적에 ▲의료기기 제작·판매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중개업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라인선스업 등을 추가한다.

 

LG전자가 최근 태양광 패널 사업 중단을 발표한 만큼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블록체인, 의료기기 사업을 명시함에 따라 급성장하는 의료기기와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관련 사업을 본격적으로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LG전자는 최근 디지털아트 플랫폼 업체와 협업해 NFT 예술 작품을 TV에서 감상하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한 바 있다. 또, 2017년 홈 뷰티기기 'LG 프라엘'을 시작으로 2020년 가정용 탈모 치료기, 올해 초 통증 완화기 등을 출시하며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LG전자가 성장성이 분명한 미래 사업을 중심으로 전장, 로봇, 스마트솔루션·플랫폼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본다"며 "신사업 확대를 위한 지분 투자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신사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기차 부품 사업을 물적분할한다. 회사는 전기차 부품 생산 부문인 'EV 리플레이'를 분할해 신설 법인 'LS이모빌리티솔루션'을 설립하는 안건을 오는 28일 주총에서 승인할 예정이다. 다만 물적분할 발표 후 LS일렉트릭 주가가 급락하는 등 주주들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다.

 

최근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SK온 등 여러 기업이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물적분할한 뒤 상장시키면서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LS일렉트릭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으나 상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관측이다.

 

올해 주총 시즌에 주요 기업들이 내놓을 ESG 강화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이 강화될 전망이다.

 

앞서 유럽 최대 연기금인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영(APG)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포스코케미칼, SK,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 10곳에 탄소배출 감축 요구 서한을 보냈다.

 

해당 기업들이 주주 질의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정기 주총을 전후해 전향적인 탄소배출 감축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 산업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건설, 중공업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안전 관리 담당 임원 선임, 조직 구성이 잇따를 전망이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시 법적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오너 등 대주주가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를 내려놓는 방식으로 이사회 구성이 바뀔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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