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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기타 전설' 제프 벡 "세월호 때 애도 표하고 싶었어요"


"비극적인 참사에 너무 마음이 아팠고 작게나마 애도를 표하고 싶었습니다. 많은 충격과 상처를 받았을 한국 관객에게 제 진심이 전달됐으면 했고 제 음악으로 조금이나마 위로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2014년 4월27일 올림픽홀. '세월호 참사'로 침잠하던 한국 사회에 기타리스트 제프 벡(72)은 위로의 선율을 연주했다. 상의 왼쪽 옷깃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바치고 싶다며 '피플 겟 레디'를 연주했다.

 '살아 있는 기타 전설'로 통하는 제프 벡이 2년9개월 만에 내한공연한다. 2017년 1월22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팬들과 다시 만난다. 2010년 첫 내한공연 이후 2014년에 이어 3번째다.

제프 벡은 내한에 앞서 뉴시스와 진행한 e-메일 인터뷰에서 지난 공연에 대해 "실종자들이 무사귀환하길 바라는 마음에 희망의 노래를 불러 드리고 싶었습니다"라고 떠올렸다.

 '피플 겟 레디'는 190년대 활약한 R&B 그룹 '임프레션스'가 1965년 발표한 곡으로, 이상향에 대해 노래했다.

제프 벡은 "'피플 겟 레디'는 '힘든 시간을 버티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가사가 담긴 곡"이라며 "사람들이 믿음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하나가 돼 맞선다면, 죄를 지은 사람들은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긴 곡이기도 하다"고 소개했다.

음악은 이처럼 위로, 저항 등 상징적인 의미가 많다. 제프 벡은 자신에게 음악은 "살아 있도록 하는 존재의 의미"라고 정의했다. "나이가 들면서 음악이 주는 여러 감정과 위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래서 음악이 제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명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제프 벡은 유년시절부터 피아노 연주자인 모친을 비롯해 댄스부터 클래식까지 다양한 음악을 즐겨듣던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1965년 야드버즈에 에릭 클랩턴의 후임으로 영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 이 팀에는 이후 또 다른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가 베이시스트로 합류하기도 했다.

1967년 야드버즈에서 탈퇴한 이후 영국 출신의 가수 로드 스튜어트를 보컬로 영입, '제프 벡 그룹(The Jeff Beck Group)'을 결성한다.

차세대 하드록의 음악적 기준이 된 '트루스(Truth)'(1968)와 '벡-올라(Beck-Ola)'(1969)는 양대 팝시장인 미국과 영국에서 음악적인 평가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 이 팀은 '로프&레디(Rough and Ready)'(1971), '제프 벡 그룹(The Jeff Beck Group)'(1972)을 발매하면서 명성을 이어간다.

1975년 폴란드 출신의 건반주자 얀 해머,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제작자 조지 마틴과 함께 작업한 첫 솔로 앨범 '블로우 바이 블로우(Blow By Blow)'는 미국에서 연주 음반 사상 처음으로 빌보드 앨범 차트 2위에 올랐다.

1985년 앨범 '플래시(Flash)' 수록곡 '이스케이프(Escape)'로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록 연주곡'(Best Rock Instrumental Grammy) 부문을 거머쥔 걸 시작으로 이 시상식에서 6개의 트로피를 안았다. 2009년 4월 록&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벌써 올해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지 50년이 된 거장이다. 제프 벡은 그럼에도 여러 인터뷰에서 자신을 "여전히 음악 밖에 모르는 18세짜리 풋내기"라고 답했다.

 "시간이 눈 깜빡할 새에 지나버린 것 같네요. 사실 '50년 전'에 데뷔했다고 얘기하면 내 얘긴 줄도 모릅니다. 항상 18세, 21세 때의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하는 마음이 있어 18짜리 풋내기라고 말했죠. 그 순수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50여년 세월동안 항상 도전하고 실험하고 싶은 정신이 내 커리어에 생기와 원동력을 부여합니다."

6년만인 올해 새 앨범을 발매했다. '라우드 하일러(LOUD HAILER)'다. 여성 멤버로 구성된 록밴드 '본스(Bones)'가 이 참여한 앨범은 벡의 기타가 주축이 되기 보다는 보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이번에는 기타 리사이틀처럼 풀어내기보다는 합주자로서 참여해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기타로만 이끌고 나가는 것도 큰 만족감을 가져다주지만 이번 앨범에서는 기타 연주자로써 가장 즐기는 '보컬을 동반하는 기타 연주'를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좀 더 부드러운 곡들에서는 잔잔하게 흐름을 따라가고, 좀 더 무거운 곡에서는 미친듯이 연주하고 보컬을 따라가며 합주하죠. 이것은 마치 테니스 매치와 비슷하다고 표현할 수 있어요."

서울을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를 돈다. 이번 공연에서 방점을 찍고 있는 부분에 대해 묻자 "공연에 대해 다 얘기해주면 재미없지 않나요?"라면서 "다만 50년 커리어를 기념하는 만큼 화려하고 꽉 찬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벌써 일흔살이 넘었지만 한국 팬들은 10년 이상은 더 거뜬히 연주하실 거라 믿는다. "그저 기타와 음악에 대해서만 연구하고, 다음 기회가 오면 그 기회를 따를 뿐입니다. 기회가 계속 주어진다면 아마 힘 닿는데까지 계속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는 또 에릭 클랩턴, 지미 페이지와 함께 제프 벡을 '3대 기타리스트'라 부른다. 정확한 기준이 없고, 수많은 걸출한 연주자를 특정 숫자로 묶는 것도 우습지만 그만큼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수식어이기도 합니다. 사실 히트곡 하나 없는데, 히트곡 없이도 이 업계에 이렇게 오래 있을 수 있다는 건 절대 무시 못할 일이라서 그렇게 불리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히트곡에 연연했다면 이미 오래전에 미쳐버렸을 수도 있을 것같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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