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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한·크리스…한류그룹 중국인 멤버 잇따른 이탈 왜?

한국 연예문화 부적응?

K팝이 차세대 한류 붐의 진원지로 여기는 중국 시장 진출에 어두운 이면이 드러나고 있다. 한국 아이돌 그룹 내 중국인 멤버들이 잇따라 이탈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대세로 떠오른 그룹 '엑소'의 중국인 멤버 루한(24)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부존재확인 소송을 냈다.

앞서 루한은 건강 상의 이유 등으로 지난달 엑소의 태국 콘서트에 불참했다. 당시 SM과 루한은 "두통과 수면장애로 휴식이 필요하며 장시간 비행은 무리일 것 같다는 병원의 진단을 받았다"고 알렸다. 그러나 팬들이 다소 납득하기 힘든 설명이어서 갖은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SM은 "루한이 엑소 그룹활동보다 중국내 개인활동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해 향후 활동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해나가는 단계였다. 급작스런 소 제기에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앞서 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중국 가수 겸 배우 한경(30)과 엑소의 전 중국인 멤버 크리스(24)가 SM을 상대로 같은 소송을 진행했다. 이번 소송은 특히 크리스가 소송을 제기한 지 불과 5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중국인 멤버들이 한국 연예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가장 먼저 나오고 있다. 해외 미디어는 몇년새 급부상한 K팝의 기회력을 높이 사면서도 기획사가 주도한 폐쇄적인 시스템에 우려를 표했다. 그만큼 트레이닝이 혹독하고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이다.

앞서 SM과 소송을 벌인 또 다른 중국인인 한류그룹 '슈퍼주니어' 출신 가수 겸 배우 한경은 빡빡한 스케줄과 공정하지 못한 수익 배분 등을 문제 삼았었다. 가요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크리스와 루한 역시 같은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경 사태' 이후로 SM의 중국인 멤버 관리는 한층 더 체계적으로 변했다. 크리스와 루한은 게다가 데뷔 2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가요계에서는 중국인 멤버들에게 한국 가요기획사는 일종의 '갈아타기'를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M을 비롯한 한국 가요 기획사는 아시아에서 이미 확고하게 브랜드를 구축했다. 이를 이용해 스펙, 즉 몸값을 높여 자국으로 유턴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것이다.

한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슈퍼주니어 출신이라는 데 힘 입어 중국 등지에서 독자적으로 활동했다. 이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캐스팅되는 등 톱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엑소 역시 한창 상승세인 그룹으로 이 팀 출신이라는 경력만으로도 활동에 큰 도움이 돤다.

한경은 소송에서 SM에 승소했다. 엑소의 두 중국인멤버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셈이다. 크리스와 루한 역시 한경과 같은 법률대리인을 내세우고 있다. 크리스는 중국 기획사와 이미 손을 잡고 영화 촬영에 돌입하는 등 활발히 활동 중이다.

SM은 "크리스 건과 같이, 소를 제기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루한이 동일한 법무법인을 통해 동일한 방법으로 패턴화된 소를 제기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룹 활동을 통해 스타로서의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그룹으로서의 활동이나 소속사를 포함한 모든 관련 계약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를 무시하고 개인의 이득을 우선시해 제기된 소송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주변의 배후 세력도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례적으로 배후설도 주장했다. 멤버를 빼돌리는 브로커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멤버 이탈은 팀뿐 아니라 회사에 큰 타격이다. 수많은 돈을 들인 멤버 한명이 빠져나가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회사 내 시스템이 노출될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대 후반 한류 1세대 그룹 'HOT'로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인지한 SM은 그룹 '슈퍼주니어'의 중화권 유닛 '슈퍼주니어-M'을 내놓는 등 현지 시장의 시스템화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왔다. 엑소 역시 팀 내 중국인 멤버 4명이 포함된 중화권 유닛 엑소-M을 만들었다. 다른 기획사도 SM의 이 같은 전략을 높게 평가, 공식화해 참조하고 있다.

중국 진출을 시도하는 아이돌 그룹이 소속된 중견 연예 기획사는 "SM의 전략을 따라서 현지 진출을 모색했는데 중국인 멤버들의 잇따른 소송이 당황스럽다"면서 "중국의 K팝 시스템 베끼기 또는 콘텐츠 빼가기 현상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는 아직 없다. 대신 SM은 홍콩 미디어 아시아 그룹과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안정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소속 가수들은 이 회사를 독점 매니지먼트 에이전시로 삼아 중화권 활동을 펼친다. 수월한 현지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과 브로커 접근을 사전 차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작용하게 된다.

한경과 크리스 사태 때만 해도 크게 당황했던 SM이 이번 루한 건에 대해 "중국을 포함한 해외 파트너들 및 법률 전문가들과 함께 적극적, 다각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가요계 관계자는 "예전에 한국 K팝 콘텐츠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만 했던 중국 팝 시장의 경쟁력이 점차 커지면서 자신들 스스로 시스템화하는 단계로 보인다"면서 "문화 교류는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무분별한 '콘텐츠 빼가기' 식 행태는 콘텐츠 낭비로 양국 모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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