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에서 숙녀가 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일까. 열애설 등으로 올 초부터 자주 구설에 오르던 한류그룹 '소녀시대'가 데뷔 7년 만에 균열을 확인했다.
2007년 싱글 앨범 '다시 만난 세계'로 데뷔, 9인조로 세계를 돌던 소녀시대가 30일부로 8인조가 됐다. 멤버 제시카(25)가 이날 SNS에 "다가오는 공식 스케줄을 기대하며 준비하고 있었으나 회사와 8명으로부터 '오늘부로 더는 소녀시대의 멤버가 아니다'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적으면서 관련 사실이 알려졌다.
소녀시대는 비슷한 시기 데뷔, 활동하던 걸그룹 '카라' '원더걸스' 등이 멤버 교체와 활동 중단 등의 부침을 겪을 동안 '지' '소원을 말해봐' '오!' 등의 히트곡을 내며 2010년 초 국민 걸그룹으로 떠올랐다.
활약은 해외로도 뻗었다. 2010년 8월 펼친 일본 첫 쇼케이스에는 2만여명이 운집하며 인기를 확인했다. 데뷔 싱글 '지니'는 일본에서 4만5000여장이 팔리며 해외 여성아티스트 데뷔 싱글 사상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
인기는 활동을 거듭할수록 치솟았다. 두 번째 싱글 '지'도 한국 여성 그룹 최초로 오리콘차트 싱글부문 일간차트 1위에 올랐고 2011년 6월 일본에서 발매한 정규 1집 '걸스 제너레이션'은 100만장 이상 팔려나갔다. 제25회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 올해의 신인상도 받았다.
가수 싸이 이전, '유튜브 왕좌'의 자리도 소녀시대 차지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전 유튜브에서 가장 많이 본 한국 뮤직비디오는 소녀시대의 '지'로 현재 1억건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2013년 '아이 갓 어 보이'로 함께 후보에 오른 싸이를 제치고 유튜브 올해의 뮤직비디오 부문을 수상했다. 유튜브의 인기를 기반으로 미국시장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다.
멤버들의 활약은 가요계 밖에서도 뜨거웠다. '너는 내 운명' '사랑비' '총리와 나' '패션왕' '난폭한 로맨스' '청춘불패' '우리 결혼했어요' 등 다수의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 멤버들이 얼굴을 비쳤다. 라디오와 지상파 연예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도 역할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예전만큼의 반향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1월 발매한 정규 4집 '아이 갓 어 보이', 지난달 2월 내놓은 미니 4집 '미스터 미스터'는 소녀시대에게 차트 1위를 안겨줬다. 그러나 신드롬에 가까웠던 과거 앨범들의 호응을 고려하면 만족할 수 없는 성과다.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중과 적극적으로 스킨십하기도 했지만, 소녀시대는 '소원을 말해봐'로 상징되는 '판타지'가 팀의 대표 이미지였다. 올 초부터 멤버 윤아(24) 수영(24) 티파니(25) 효연(25) 제시카(25) 태연(25) 등의 열애 소식 혹은 열애설이 전해지며 '판타지'는 조각났다.
그룹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던 최근 멤버 전원 재계약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이날 제시카의 "내가 믿었던 사람들이 나를 매우 슬프게 하고 다치게 했다"는 글로 멤버들이 즐겨 말하던 '가족 같은 사이'라는 말이 '판타지'가 됐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8대 1구도를 명확히 하며 소녀시대의 8인조 활동을 예고했다. "올봄 제시카가 본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앞으로 한 장의 앨범활동을 끝으로 팀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알려왔다"며 "제시카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도 당사와 소녀시대 멤버들은 소녀시대를 위해 좋은 방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고 고민해 왔다"고 알리면서다. 불쑥 튀어나온 제시카를 자르고 소녀시대를 보호하는 모양새다.
제시카의 팬뿐만 아니라 한때 입을 모아 '소녀시대'를 응원하던 팬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앞서 같은 소속사의 '에프엑스' '엑소' 멤버들의 '활동 잠정 중단' '탈퇴' 소식 등을 떠올리며 소속사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도 쏟고 있다.
SM은 제시카의 그룹 탈퇴 후 활동을 매니지먼트한다는 계획도 알렸다. 반목한 듯한 제시카와 소녀시대를 동시에 어떻게 매니지먼트할지, SM의 셈법이 분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