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머신'이라는 별명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두산 베어스 좌타자 김현수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했다.
김현수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3번타자 겸 좌익수로 나서 홈런 2개 포함 5타수 4안타 5타점으로 팀의 15-6 대승에 앞장섰다.
김현수의 방망이는 1회초 첫 타석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테이블 세터들이 차려준 밥상을 맛있게 먹었다.
무사 1,2루에서 등장한 김현수는 송승준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스리런 아치를 그려냈다. 볼카운트 1B-0S에서 카운트를 잡으려던 포크볼이 몸쪽 높은 곳에 형성되자 지체없이 방망이를 돌렸다.
첫 홈런은 서막에 불과했다. 김현수는 4회 1사 1루에서 2루수 옆을 빠르게 빠져나가는 우전 안타로 오재원을 3루까지 보냈다. 오재원은 칸투의 투수 땅볼 때 홈을 밟았다.
불 붙은 방망이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6회에는 가운데 담장을 때리는 큼지막한 2루타로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한 오재원의 득점을 도왔다. 피날레는 홈런으로 장식했다. 9회 심수창의 3구째를 받아쳐 130m 대형 아치로 연결했다.
김현수의 5타점 경기는 프로 데뷔 후 최다 타이 기록이다. 4안타 경기는 올 시즌 처음이다.
두산은 지난 겨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종욱과 손시헌(이상 NC), 최준석(롯데)을 모두 떠나보냈다. 자연스레 팀의 중심이 김현수로 옮겨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시즌 출발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첫 안타가 나오기까지 16타석이나 소요됐다. 통산 타율 3할이 넘는 김현수의 성적과는 분명 어울리지 않았다. 부진은 꽤나 길었다. 초반 14경기 타율은 0.180(50타수 9안타)였다. 타점은 고작 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김현수가 아니었다. 밸런스를 찾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했고 짬이 날 때마다 자신의 타격폼이 담긴 영상을 돌려보며 원인을 분석했다.
노력의 결실은 슬럼프 탈출로 이어졌다. 지난 달 23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첫 안타 경기를 펼친 김현수는 6경기 13안타로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이번 부산 원정 3연전에서 14타수 8안타를 신고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덕분에 지난 주까지 0.272이던 타율은 0.308로 치솟았다.
김현수는 "그동안에는 팀에 미안한 생각 뿐이었다. 시즌 초반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해 최근에는 매타석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담감을 덜어낸 김현수는 자신감까지 찾은 듯했다. 김현수는 "지금까지는 다른 선수들이 잘해줬으니 이제는 내가 해야할 차례라고 생각한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타선의 도움으로 연패에서 벗어난 두산 송일수 감독은 "타선이 매우 잘 쳐줬다. 롯데 타선이 워낙 강해 안심할 수 없었는데 후반에도 집중력을 발휘했다"고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