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3건의 살인 혐의로 체포돼 19년 간 옥살이를 해 국제적으로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던 전 흑인 복서 루빈 '허리케인' 카터가 20일(현지시간) 토론토에서 전립선암으로 7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그의 오랜 지기인 존 아티스가 밝혔다.
카터는 1966년부터 1985년까지 19년 간 뉴저지주 패터슨의 교도소에서 살인 혐의로 복역했으나 끌질긴 탄원과 사회의 지지로 혐의가 벗겨져 석방됐다.
그의 시련이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배경 때문에 그의 이야기는 1975년 밥 딜런의 노래 '허리케인'을 탄생시켰으며 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 여러 권 출간된 외에 댄젤 워싱턴이 영화 '허리케인 카터'에서 카터 역할을 열연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카터에게 씌워진 살인 혐의는 전도 유망하던 미들급 복서였던 그의 권투 선수 경력에 종지부를 찍었다. 1966년 6월 패터슨의 한 바에서 백인 남성 3명이 흑인 남성 2명의 총에 맞아 사망했고 카터는 아티스와 함께 전원 백인들로 구성된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두 명의 절도범의 위증에 따른 것으로 이들은 후에 자신들의 증언을 번복했다.
카터는 1976년 다시 재판을 받았지만 역시 교도소로 돌려보내졌다.
딜런은 자신의 노래에서 카터가 "언젠가는 챔피언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고 무하마드 알리도 카터를 변호하는 등 많은 유명인들이 그를 위한 변호에 나섰다.
그는 결국 유죄 판결은 합리적 이성이 아니라 인종차별에 근거해 이뤄졌다는 판결에 따라 석방됐다.
1937년 5월6일 태어난 카터는 12살 때 폭행 혐의로 청소년교화소로 보내졌지만 이를 탈출한 뒤 1954년 군에 입대 서독에서 권투를 배웠다. 1961년 프로 복서로 데뷔해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지만 살인범으로 몰려 선수 생활을 마쳤다.
교도소에서 석방된 후 토론토로 옮겨 잘못 기소된 자들을 위한 변호협회의 사무총장으로 12년 간 활동했던 카터는 두 차례나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