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우승 사냥에 나섰던 재미동포 존 허(24·한국명 허찬수)가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존 허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 하버 타운 골프 링크스(파71·7101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헤리티지(총상금 580만 달러) 최종일 3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5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단독 2위로 최종일 문을 연 존 허는 이날 이글 1개·버디 2개·보기 1개를 묶어 3타를 줄이는 데 그쳐 우승의 기쁨을 다음으로 미뤘다. 이날에만 7언더파의 불꽃 타를 휘두른 매트 쿠차(36·미국)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 2012년 2월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PGA 투어 첫 우승을 신고한 존 허는 2년 여 만에 잡은 우승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올 시즌 앞선 11차례 대회에서 컷 탈락 6차례 등 부진한 모습의 존 허였던 터라 아쉬움이 더 진하게 남았다.
티샷의 영점 조준이 안돼 어려움을 겪었다. 드라이버 정확도는 54.55%까지 떨어졌다. 결정적인 순간에 퍼트가 흔들렸다. 날 선 아이언 샷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69.23%의 그린 적중률을 보였다.
출발은 괜찮았다. 2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으며 힘찬 출발을 알렸다. 두 번째 샷을 홀컵 2m 이내 붙인 끝에 2타를 아꼈다. 완벽한 아이언 샷이 돋보였다. 이어진 3번홀(파4)에서도 두 번째 샷을 홀컵 1m 이내에 떨군 뒤 안정되게 버디로 통과했다.
티샷이 계속해서 오른쪽으로 밀리던 존 허는 5번홀에서 같은 문제로 1타를 잃고 주춤했다. 우승 경쟁을 위해서는 버디가 필요했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파 세이브를 거듭하던 존 허는 12번홀(파4)에서 러프를 오간 끝에 추가로 1타를 잃었다. 50㎝ 짧은 거리의 파 퍼트가 홀컵을 외면했다.
14번홀(파3)에서는 공격적인 티샷을 바탕으로 버디를 만들었지만 우승 경쟁에 다시 뛰어들기에는 남은 홀이 부족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 공동 3위로 마감하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나섰던 '탱크' 최경주(44·SK텔레콤)는 이날 2타를 잃고 최종합계 이븐파 284타 공동 31위로 대회를 마쳤다.
3타를 잃은 재미동포 리차드 리(27·한국명 이희상)는 최종합계 이븐파 284타로 최경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제임스 한(33·한재웅)은 최종합계 6오버파 290타 공동 68위에 그쳤다.
베테랑 쿠차가 최종일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공동 7위로 출발한 쿠차는 이날 버디 8개를 쏟아내는 불꽃타를 앞세워 뒤집기에 성공했다. 1개의 보기가 더욱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쿠차는 지난해 6월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 이후 10개월 만에 정상에 올라섰다. PGA 통산 7승과 함께 우승상금 104만4000 달러(약 10억 8000만원)를 챙겼다.
전반홀에서만 보기 없이 6개의 버디를 쓸어담으며 매서운 샷감을 뽐낸 쿠차는 10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에 한 걸음 다가섰다.
그렇다고 위기가 아주 없던 것은 아니다. 17번홀(파3)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렸지만 1m 이내 거리에서 스리퍼트를 범해 타수를 잃었다. 1타 차로 추격하던 루크 도널드(37·잉글랜드)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어둠이 드리우던 상황에서 쿠차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우승을 예감하는 완벽한 벙커샷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회심의 벙커샷이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 버디가 됐다.
역전 우승을 노리던 도널드는 결국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 1타 차 준우승에 그쳤다. 버디 5개·보기 1개·더블 보기 1개를 곁들여 2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6번홀에서의 더블 보기가 뼈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