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의 가격을 추가 인상하고 기존 가스요금 체납도 상환하라고 요구하면서 우크라이나 경제의 숨통을 더 꽉 조였다.
국제 원조를 기다리며 무너지기 직전인 우크라이나 경제는 거의 모든 에너지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오랜 기간 러시아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유지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할인가로 가스를 공급해 왔다. 우크라이나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가 아닌 유럽연합(EU)과 제휴하자 러시아가 이 혜택을 철회한 것이다.
러시아 국영 가즈프롬 최고경영자(CEO) 알렉세이 밀러는 이날 이달 초 일부 철회했던 할인 혜택을 전면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급가를 기존보다 70%나 올려 22억 달러에 달하는 가스 요금을 체납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도 이날 "우크라이나는 체납액 상환과 추가 인상분 지급을 하지 않으면 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러시아와 협력할 수 없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를 위한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가 2009년 때처럼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할 것인지에 대해는 말을 아꼈다.
지난 2009년 1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해 동유럽 전역의 수십만 명이 난방을 하지 못해 피해 규모가 컸다. 그러나 이후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를 우회하고 기존 용량을 늘린 가스공급망을 새로 구축하면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해도 피해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의 에너지 부문 수석 연구원 앤드류 네프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가스를 계속 받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이번 발표가 가스 전쟁의 협박 수위를 높인 것은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할인 혜택을 전면 철회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우크라이나 국영석유기업 나프토가즈를 지원할 때 러시아도 줄 서서 그 돈을 얻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즈프롬은 언제 우크라이나에 체납액 납부를 요구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가즈프롬은 과거 친러시아 정부들과 협상하면 체납액이 많아도 상환을 기다렸지만, 러시아 정부와 멀어진 정부들과 대처할 때는 종종 체납액이 적어도 엄격하게 요구했었다.
러시아 자문 업체 매크로 어드바이저리의 전문가 크리스 위퍼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체납액 상환을 요구한 것은 시기상 사업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분석하고 이 문제의 해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실용적 관계를 형성할지에 달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