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이 성공해서 너무 다행이다. 대한민국에서 깨끗하고 의미 있는 회사가 나와서 해외 진출의 징검다리로 삼을 만한 사례가 됐으면 좋겠다."
네이버의 오너이자 실질적인 경영자인 이해진 네이버 의장 겸 라인주식회사 회장이 25일 도쿄도 시부야구 라인 본사에서 열린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국 벤처기업의 상징이자 IT 벤처기업의 롤모델인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의 성공 이후 12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동안 은둔했던 그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들고 나와 던진 메시지는 국내 후배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독려였다.
이 의장은 "해외에서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로 성공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박찬호나 박세리 선수가 해외에 진출해 후배들의 롤모델이 된 것처럼 라인으로 인해 후배 벤처들이 더 뛰어난 아이디어로 해외에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네이버의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은 오후 2시 36분(현지시간) 기준으로 서비스 출시 29개월만에 국산 모바일 앱으로는 최초로 전세계 가입자 수 3억명을 돌파했다.
이로써 미국 왓츠앱, 중국 위챗에 이어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로 급 부상했다. 그러나 이 의장은 3억 명 돌파가 의미있는 숫자이긴 하지만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는 험난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의장은 "위쳇을 서비스하고 있는 중국의 텐센트가 올해 2000억원을 마케팅 비용으로 쓰고 라인이 1000억원을 쓰면서 대응했지만 내년 텐센트의 마케팅 비용은 3000억~4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큰 싸움에서 한국 기업이 간신히 잡은 기회를 역량 부족으로 인해 살리지 못할까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의장은 12년 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에 대해 "그동안 일본 사업이 너무 안 돼서 언론에 나올 수 없었다"며 예상외로 간단한 답변을 내놨다.
이 의장은 "한국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잘해보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본으로 나와 5~6년간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해 인터뷰는 생각도 할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라인 가입자 3억명 돌파는 어느 정도 의미 있는 숫자라고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초기에 회사를 만들면서 대외 활동 많이 한다거나 사회적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판단하는 것이 많이 부족했다"면서 "창업자가 모든 것을 다 하는 스타일도 있을 수 있지만 저는 네이버 서비스 부문장으로 들어가서 서비스에 집중하고, 경영은 김범수 사장이나 김상헌 대표 등에 집중하고 있다"고 그동안의 은둔에 대해 해명했다.
이 의장은 최근 국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독점적 지위에 대한 비판이나 공정이 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인터넷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네이버가 1등이었고 힘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 야후 코리아가 1등이었다"면서 "전 세계 검색 엔진의 싸움에서 네이버가 이겼고,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은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IPO(기업공개)나 상장 등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구글이나 텐센트와 같은 거대 기업과 맞서기 위해 자금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의장은 "텐센트는 100조, 구글은 300조를 버는 회사라 자금적인 측면에서 저희도 고민 많다"면서 "자금을 많이 쓴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자금 안쓸 수는 없어 매달 추이를 보고 돈을 쓰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라인을 통해 국내 웹툰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외 나가는 것은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라 경쟁력이 있어야 나갈 수 있다"면서 "국내 웹툰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이용하다보면 좋은 콘텐츠가 나와 라인을 통해 해외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지난해 NHN CSO(최고전략책임자)직에서 사임하고 라인주식회사 회장직을 맡아 라인의 글로벌화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와 더불어 라인 플러스가 운영, 관리하고 있는 라인 해외조직을 정비해 라인의 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