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근무 중 발병한 '재생 불량성 빈혈'로 사망한 근로자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5년 5개월간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사망한 근로자 최모(당시 32)씨에 대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 결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근로자가 수행한 설비 정비 작업은 ▲기계 셧다운 상태에서 작업하고 그 때 유해물질 노출량이 많아지는 점 ▲비소에의 노출이 확인되고 뇨중 비소농도가 높은 점 ▲발병에 있어 다른 개인적인 소인을 찾기 힘든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재생 불량성 빈혈'이 사업장에서의 근무와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재생 불량성 빈혈은 골수에서 혈구 생성이 잘 되지 않아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혈구는 정해진 수명을 다하면 사라지고 새로 재생되는데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 등의 재생 불량으로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저하되고 출혈이 쉬워져 백혈병 등 중증으로 변하기 쉬운 질병이다.
원인으로는 X선이나 방사능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화학약품에 의한 중독을 들 수 있으나 원인불명인 경우도 있다.
최모씨의 유족은 2011년 11월말에 산재를 신청했다. 산업안전공단의 조사를 거쳐 지난 주 19일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산재 판정이 내려지기까지 약 3년이란 기간이 소요됐다. 유족들은 이날 판정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 근로자의 업무상질병으로 산재 판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해 4월10일 삼성전자 온양 반도체 공장에서 5년5개월 근무한 뒤 '재생 불량성 빈혈' 증상을 보였던 근로자 김모(당시 32·여)씨와 12월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뒤 유방암으로 사망했던 김모(당시 37)씨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백혈병, 유방암, 재생 불량성 빈혈 등의 증상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한 삼성전자 근로자는 총 37명이다. 이 중 재생 불량성 빈혈으로 신청한 4명 중 2명이 산재판정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백혈병으로 신청한 8명 등 21명에 대해서는 산재 불승인 판정이 내려진 상태다.
한편 업무상 질병 여부는 2008년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를 통해 심의, 판정된다.
위원회는 의학 등 전문분야 위원 총 50명이 선임된다. 회의는 위원장을 포함해 7명 이내 위원으로 구성하고 정확성·신뢰성을 위해 의학 분야별로 상병을 구분해 개최한다.
요양급여신청서가 접수되면 근로복지공단 해당 지사는 요양을 신청한 근로자의 작업환경 등에 대한 조사를 거친 뒤 20일 이내에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지 심의하고 통보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