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정상 도전에 나선 현대캐피탈이 원정으로 치러진 삼성화재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서 웃었다. 하지만 김호철(59) 감독은 맘 놓고 좋아하지 못했다. 주포 아가메즈(29)의 부상 때문이었다.
아가메즈는 28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화재와의 챔피언결정 1차전에 초반 왼 발목을 다쳤다.
10-7에서 블로킹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레오의 발을 밟고 발목이 뒤틀렸다.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코트 밖으로 나간 아가메즈는 경기 끝까지 돌아오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김 감독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김 감독은 "이긴 것은 이긴 것인데 아가메즈가 다쳐서 굉장히 심란하다. 나머지 경기를 어찌 해야할 지 걱정도 된다"면서 답답해했다.
아가메즈는 이날 끝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동료들을 응원했다. "경기를 지켜보고 싶다"는 본인의 의사가 반영됐다.
종료 후 천안 숙소로 향한 아가메즈의 2차전 출전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 감독은 "최선을 다해 치료해서 코트에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할텐데 걱정된다"면서 "(2차전 출전 가능성은) 좀 희박하다. 나같이 작은 선수는 금방 나을텐데 100㎏에 육박하는 선수는 한 번 다치면 힘들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아가메즈가 빠진 현대캐피탈은 예상을 깨고 세트스코어 3-0의 낙승을 챙겼다. 주장 권영민을 필두로 문성민(19점), 송준호(11점) 등 선수들이 똘똘 뭉치면서 레오가 버틴 삼성화재를 완파했다.
현대캐피탈이 대전 원정에서 무실세트 승리를 거둔 것은 2007년 12월30일 이후 무려 6년4개월여 만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죽을 힘을 다해서 뛴 것 같다. 현대캐피탈에서 오랜만에 볼 수 있었던 경기였던 것 같다. 그동안 조직력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오늘은 밖에서 흐뭇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 마음이 뿌듯하다"면서 선수들을 칭찬했다.
대체 출전해 깜짝 활약을 펼친 송준호에 대해서는 "라이트로 가면 나무랄 곳 없는 공격수다. 탄력도 좋다. 다만 아직 경험이 없어서 덤벼드는 경향이 있지만 라이트에서 키우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뿌듯해했다.
김 감독은 먼저 웃었지만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오늘은 삼성화재가 역으로 당했지만 2차전에서는 그대로 안 될 것 같다. 오늘처럼 경기를 해도 어려울 것 같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