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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홍명보 강연 "축구선수 자녀, 판단력과 좋은 인성이 중요"

홍명보(45) 축구대표팀 감독이 축구선수를 자녀로 둔 학부모들에게 의미있는 조언을 전했다. 좋은 판단력과 책임감, 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감독은 2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태극마크, 그 이름을 빛내다'는 제하의 학부모 대상 강연에서 "축구는 빠른 판단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올바른 판단력과 책임감, 인성을 두루 갖춘 선수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학창 시절의 일화를 소개하며 학부모들의 이해를 도왔다. 

홍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축구부가 창단됐지만 내가 축구를 시작한 것은 5학년 때부터이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며 "지금은 축구가 인기도 많아졌고, 세계적인 스포츠로 성장했지만 당시만 해도 운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나는 2대 독자였다. 내가 1년 동안 축구를 할 수 없었던 이유다"고 했다.

이어 "1년 동안 축구를 놓지 않는 열정을 보고 결국 부모님께서 축구를 할 수 있게끔 허락해 주신 것 같다"고 했다. 

홍 감독은 어린 시절에 키가 작고, 체구도 왜소했다. 주위에서 '저런 작은 체격으로 축구선수를 할 수 있겠느냐'고 의구심을 갖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홍 감독은 "주위에서 나의 부모님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했겠는가. 그러나 부모님은 나에게 축구와 관련해서 어떠한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본인들이 느낀 아픔을 묻고 나의 판단과 선택을 존중해 주셨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쇄골이 부러지는 심한 부상을 입어 축구를 그만둘 뻔한 일도 있었다. 학업 성적이 나쁘지 않은 홍 감독이었기에 담임교사는 '축구 대신 공부를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했다.

이에 홍 감독은 "결국 축구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책임감이라는 것을 배웠다. 내가 처음으로 하고 싶었던 것을 내가 선택했고, 부모님과 그리고 나와 약속을 했다"며 축구 인생에 있어 중요한 터닝포인트였다고 했다.

작은 체구는 항상 콤플렉스였다. 동북고 1학년 당시 신장은 165cm가량에 불과했다. 그의 부모가 남몰래 보약을 지어먹이며 뒷바라지했다.

홍 감독은 부모의 지원에도 나름이 원칙이 있다고 했다. 그는 "집과 학교가 버스로 40분 거리였다. 합숙을 할 때에는 어머니께서 말없이 학교에 와서 보약을 주셨다"며 "내가 소극적이라서 남들 앞에서는 약도 먹지 않았다. 그런 나를 부모님께서는 말없이 기다리셨다"고 했다.

홍 감독은 보약 덕에 1년 새 무려 12cm 이상이 자라 2학년 때에는 178cm가 됐다. 자식을 향한 지나친 간섭과 말없이 바라봐주는 경계가 애매할 수 있지만 무엇이든 선수의 선택이 우선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3학년 때에는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어머니께서 삭발을 하시고, 털모자를 쓰신 채 학교에 오셔 진로 면담을 했다. 당시 내가 가고 싶은 학교가 있었지만 어머니는 나를 믿고 뛰어난 선수들이 가장 많은 A학교에 가도록 했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나를 믿어주셨다. 아이를 믿는 것도 부모로서 중요한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지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바람직한 부모의 상도 언급했다. 홍 감독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부모,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장의 경기력보다는 성장을 바라보면서 오히려 인성과 협동심 등을 길러줘야 한다고 특히 강조했다. 

홍 감독은 "지금 축구를 잘한다고 해서 그 선수가 성공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2007년에 처음으로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을 때 보니 청소년대표 출신은 10%도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왜 어린 시절에 잘 했던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되지 못할까에 대해 궁금했다. 그래서 2009년 20세 이하 대표팀을 맡았을 때,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앞으로 얼마나 갈 수 있을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인성을 강조했다"고 했다. 

당시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식사 후, 식당 관계자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나가는 선수들에게 실망한 홍 감독은 곧장 선수들을 모아 "이 시간 이후로 파주 관계자들에게 인사하지 않는 선수들은 모두 내보내겠다"고 했다.

홍 감독은 "결국 인성이 가장 중요하다. 성장기에는 축구만 잘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함을 느끼고 꾸준히 생각하면서 배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강연회에 참석한 부모들에게 "누군가 여러분들의 자식을 보고 '저 아이는 누구 집 아이야? 누구 집 애인데 저렇게 착해?'와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는 부모가 돼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했다.

또 "인성은 배려다. 단체 종목인 축구에서 배려라는 것은 팀에 들어와야 가능한 것이다"며 "주전 선수든 벤치에 있는 선수든 서로를 배려하면서 좋은 팀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공교롭게도 그렇게 인성을 강조하며 가르쳤던 선수들과 이번에 브라질월드컵을 함께 갈 것 같다. 기능적인 면에서 밀리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결과는 알 수 없다. U-20 월드컵 8강과 런던올림픽 동메달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이번 월드컵도 마찬가지다"며 "최선을 다 할 것이다. 후회 없이 월드컵을 마치고 돌아오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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