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원주 동부가 긴 연패의 터널에서 탈출했다.
동부는 24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경기에서 선수단의 삭발 투혼을 앞세워 80-75로 승리, 12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다.
지난달 22일 삼성전 이후 한 달 만에 맛본 승리의 단맛이다. 동부 선수들은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나와 연패 탈출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충희 동부 감독은 "제일 먼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연패를 하는 동안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다"며 "이제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동부는 간판 김주성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 출신 허버트 힐 역시 부상으로 교체돼 나갔다. 12연패를 당하고, 팀 분위기까지 어수선해지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이 감독은 연패 탈출과 함께 김주성이 빠진 상황에서 승리를 거둔 것에도 큰 의미를 뒀다. '김주성=동부'라는 등식이 성립될 만큼 동부는 김주성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이 감독은 "아무래도 선수들이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주성에 대한 의존도가 큰데 오늘 승리를 거두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다"고 했다.
김주성도 "그동안 몸은 아프고 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난 22일 KT전에 출전한 것도 팀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며 "그동안 마무리에 아쉬움이 있었는데 오늘 선수들이 이겨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복귀 후에도 오히려 내가 더 도움을 받을 것 같다"고 힘을 실어줬다.
삭발 투혼과 관련해선 "이러다가 연패하는 팀들은 다 삭발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동부에 앞서 삼성과 전자랜드가 삭발 투혼을 통해 연패에서 탈출했다.
김주성은 "프로에 데뷔해서 삭발을 한 것은 처음이다. 내가 부산에서 선수들에게 '머리를 자르자'고 이야기를 했는데 선수들이 모두 찬성했다"며 "이기든 지든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날 출전하지 않은 김주성은 벤치에서 소리를 지르며 동료들을 독려했다.
동부는 삭발 외에도 수비 때, 두 손으로 코트 바닥을 때리면서 의지를 다졌다. 보통 중·고등부 선수들이 하는 준비 동작이다.
이 감독은 "나도 이발을 하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먼저 했다. 오늘 이겼지만 내일 스포츠형으로 짧게 자르려고 한다"고 했다.
동부는 시즌 전,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치면서 최하위에 처져 있지만 삭발 투혼을 통한 연패 탈출로 일단 돌파구는 찾았다.
5승13패로 최하위이지만 중위권과 2~3경기 차이밖에 나지 않아 언제든지 역전이 가능하다. 정신 차린 동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