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10년 전 위기 답습하는 해운업계"

"해운업계, 10년 전 '위기' 답습하고 있다."

1999년. 배 값이 10년만에 최저가로 급락했다. 당시 7만DWT급 건화물선 건조가는 1750만 달러(약 185억원)로 1991년(3190만 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컨테이너선 역시 2500TEU급이 3450만 달러(약 366억원)로 반토막 났다.

이 때 외국계 해운사들은 싼 값에 신조선을 대대적으로 확보했다. 그리스 선주들은 무려 139척에 달하는 선박을 발주했을 정도. 반면 우리 기업들은 1997년 외환위기로 말미암아 선박 발주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당시 부채비율 200%를 맞추기 위해 상당수 선박을 매각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 해운업계 상황은 어떠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2000년 전후의 상황을 되풀이하고 있다.

세계 1~3위 해운사 머스크(Mersk)와 스위스 MSC, 프랑스 CMA-CGM 등은 선대 품질 개선과 선박운항 원가 절감을 위해 신조선 발주 등 선박 확보에 나서고 있는 반면, 우리 해운업계는 2008년 이후 얼어붙은 업황으로 선박 확보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수익성 악화와 금융업계 지원 부족 등으로 유동성 위기까지 내몰렸다.

한진해운은 지난달 30일 계열분리를 추진 중인 모회사 한진그룹에 손을 벌리는 것도 모자라 올해 초에는 부산항에 있는 크레인 장비와 컨테이너선 등 자산을 매각했다. 4억 달러(약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도 계획하고 있다. 3000억원 규모의 추가 대출 및 유상증자, 여의도 본사 사옥 매각 등의 자구책도 내놨다.

현대상선 또한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50%를 비롯해 컨테이너 박스, 일부 선박 매각 등 자구안을 마련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 해운사들의 경우 해운 위기와 함께 오는 시장의 재편을 성장 지렛대로 활용하는 반면, 우리 해운기업들은 금융 조달 애로 등으로 유동성 위기 탈출에만 급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진단한다.

황진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장분석센터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에도 국내 해운 금융 취약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의 위기 또한 이와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며 "해운금융이 국내 해운업계에 또 다시 아픈 역사로 남지 않도록 정부와 금융업계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유동성을 지원해야 하는데, 선사들의 자구책만으론 부족하다"며 ▲해운보증기금 설립 ▲캠코 구조조정기금 연장 및 상시 조성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놨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 또한 "해운업계는 비핵심자산 매각, 자본 유치 등 모든 방안을 동원해 차입부담을 축소하는 동시에 투자를 통해 단위당 원가경쟁력을 제고해나가는 한편, 정부와 금융기관, 투자자 등은 기간산업의 국가경쟁력 유지를 위해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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