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시즌에 프로축구 무대로 돌아온 원로 감독들이 K리그의 변화를 촉구했다.
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K리그 미디어데이에서 성남FC의 박종환(76)·경남FC의 이차만(63) 감독에게 'K리그 위기론'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이 나왔다.
중국 슈퍼리그는 근래 엄청난 자본을 투자해 급성장하고 있다.
일본 J리그는 최근 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 공격수 디에고 포를란(35) 영입 등으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반해 올 시즌 한국의 K리그는 우수 선수들의 해외 진출 러시, 경기 위축으로 인한 구단의 빈약한 투자, 브라질월드컵, 유럽 무대 해외파 활약 등에 따른 축구 팬들의 외면 등으로 지난 시즌보다 더 위축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새롭게 시민구단으로 출범한 성남FC의 지휘봉을 잡고 7년 만에 돌아온 박 감독은 '시민구단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박 감독은 "한국 프로축구가 출범한 지 30년이 됐다. 그 사이 중국은 많이 변했고, 일본도 우리보다 여전히 앞서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며 "K리그를 중흥시키려면 지역 주민들이 우리 구단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시민구단이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지금 재벌그룹에 속한 팀들도 그 지역 시민구단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은 "그렇다고 재벌그룹들에 K리그를 떠나라는 것은 아니다. 지원은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게 전부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부이고, 각 구단이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면서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현 K리그처럼 시민구단과 재벌그룹 소속 구단이 혼재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민구단과 재벌그룹 소속 그룹 구단의 선수나 지도자를 대우해주는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시민구단 중에는 운영조차 어려운 곳이 있을 정도다"면서 "그래서 많은 선수들, 지도자들이 중국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선수들의 유럽 진출은 환영한다. 하지만 중국 진출에는 반대한다. 그곳에서 돈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모르겠지만 성공하는 경우보다 잘못 돼서 돌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 국내에서 선수 연봉 등에 대해 구성원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단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시민구단들이 그 바탕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고향팀인 경남 FC의 감독으로 15년 만에 컴백한 이 감독은 K리그 2군과 아마추어 육성을 역설했다.
이 감독은 "프로에 다시 들어왔는데 별로 변한 게 없다. 오히려 더 후퇴한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 감독은 "경남FC는 영남 지역에서 2군을 운영하다가 최근 그만 두었다. 한 달 넘게 함께 훈련하던 선수들을 돌려보낼 때의 마음은 자식을 버리는 마음이었다"며 "K리그에서 15년 전, 20년 전에도 있던 2군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잘못도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그는 더불어 K리그의 아마추어 축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촉구했다.
이 감독은 "프로에는 아마를 육성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선수·지도자· 협회는 물론 언론까지 모두가 합심해 아마 축구를 잘 이끌어야 한다"면서 "월드컵에 4년마다 참가하는 나라의 축구가 오히려 후퇴해서 되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