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유력 언론들이 카롤리나 코스트너(27)의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을 반기는 동시에 '피겨 여왕' 김연아(27)의 올림픽 2연패 좌절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라 가제타 델로 스포트·리퍼블리카 등 현지 유력 언론은 21일(한국시간)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에서 자국의 코스트너가 동메달을 목에 건 쾌거를 대서특필했다.
이들 언론은 "코스트너가 아름답고 훌륭한 연기로 마침내 메달을 획득했다", "해외에서도 코스트너의 연기에 찬사가 쏟아졌다"고 반겼다.
코스트너는 20일 자정부터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142.61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74.12점을 더해 총점 216.73점을 기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생애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다. 지난 2006년 토리노 대회(9위)와 밴쿠버 대회(16위)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코스트너는 세 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메달을 목에 걸었다.
개최국 러시아의 신예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가 합계 224.59점으로 깜짝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금메달이 유력했던 김연아는 합계 219.11점으로 은메달에 그쳤다.
여자 피겨 싱글 심사 결과를 접한 많은 해외 언론이나 피겨 스타들은 김연아가 금메달, 코스트너가 은메달을 수상하고, 소트니코바는 동메달을 받았어야 정당하다며 심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 언론은 코스트너의 동메달에 대만족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 최강'이었지만 그간 올림픽과는 인연이 없었던 코스트너가 선수로서 참가한 마지막 올림픽에서 유종의 미를 거둔 사실에 감지덕지하는 분위기다.
대신 이들 언론은 김연아에게 유독 인색했던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다른 해외 언론들과 마찬가지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라 가제타 델로 스포트는 "김연아는 정당하지 못한 심사 탓에 두 번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마감하게 됐다"고 아쉬워 했다.
리퍼블리카는 좀 더 비판적으로 기사를 썼다. "김연아에게 주어진 심사결과는 정당하지 못했다"면서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를 이겼다는 것은 홈 어드밴티지에 입각한 판단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트니코바도 잘했지만 실력이 김연아에게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금메달을 받은 것은 말도 안된다"며 "2010밴쿠버 퀸은 그가 보여준 실력에 훨씬 못미치는 잘못된 점수로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탈리아의 대표 방송사 스카이 스포츠의 이탈리아인 해설자가 이날 여자 피겨싱글 프리스케이팅 중계 도중 했던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이 해설자는 김연아의 경연 도중 "완벽하다"·"훌륭하다"며 격찬을 아끼지 않다가 경연이 끝나자 "김연아의 금메달이 확실하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김연아가 소트니코바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오자 "말도 안된다. 내가 이곳에 계속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고 자국 선수가 금메달을 소트니코바에게 도둑 맞은 것처럼 분통을 터뜨리기까지 했다.
한편 코스트너는 동메달을 받은 뒤 이탈리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밴쿠버올림픽에서 한계가 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다시 타면서 한 번만 최선을 다해 보자고 마음을 다잡고 도전했는데 시상대에 올라가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며 "정말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스트너는 오는 3월26~30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2014세계선수권 출전을 끝으로 현역은퇴할 계획이다. 소트니코바의 이 대회 출전이 예상되는 만큼 소치올림픽 금·동메달 간 리벤지 매치가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