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가입 고객이 판매회사에 대해 만족하지 못할 경우 다른 회사로 이동할 수 있는 '펀드 이동제'가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펀드 이동제'란 투자자가 환매 수수료 부담 없이 판매회사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다. 펀드 판매회사의 서비스 차별화 등을 통해 투자자 혜택을 늘리고, 투자자들의 선택권 확대를 돕기 위해 2010년 1월 말부터 시행됐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해 펀드 판매사를 이동한 계좌는 월 평균 1053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펀드 계좌 수가 1453만3246계좌라는 점을 감안하면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펀드 이동제' 시행 초기에는 대상 펀드가 공모펀드에 한정됐으나, 2012년 3월부터 이동 가능 펀드가 사모펀드와 체감식보수체계(CDSC)펀드까지 확대됐다.
당시 2012년 3월 펀드 판매회사 이동 계좌는 69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2월의 326건 대비 371건(113%) 늘어난 수치지만, 한 달 뒤인 4월의 경우 537건(22.95%)으로 줄어 '반짝 효과'에 그쳤다.
지난해의 경우 '동양 사태' 직후인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은 펀드 판매회사 이동 건수가 급증했다. 2013년 1월부터 8월까지 월 평균 펀드 판매회사 이동 계좌 수는 490건에 그쳤지만 지난해 9월 1867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10월 4855건 ▲11월 1211건으로 집계됐다. '동양사태'로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펀드 판매회사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동양사태'가 어느 정도 잠잠해진 지난해 12월의 경우 다시 784건으로 줄어들었고, 올해 역시 월 평균 742건에 불과했다.
이처럼 펀드 이동제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 판매회사를 옮기는 절차가 번거로운 데다 판매사를 바꿔서 얻는 실익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흥선 연구위원은 "펀드 이동제는 투자자가 펀드에 가입한 이후 (펀드를) 사후 관리하는 판매사의 서비스가 안 좋을 때 판매회사를 바꿀 수 있도록 한 제도"라며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거나 판매사간 서비스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판매회사 간 서비스 차별화가 분명하면 펀드 이동제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판매회사를 옮기는 게 번거롭고, 옮긴다고 해서 더 좋은 서비스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오는 3월부터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펀드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해 싸게 가입할 수 있는 '펀드 슈퍼마켓'이 운영되면 '펀드 이동제' 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펀드 슈퍼마켓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보다 '펀드 이동제'를 이용하기 쉽도록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며 "펀드 판매 채널 다양화와 함께 투자자는 펀드 판매회사 간 서비스를 쉽게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