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만에 두 자릿수 반등에 성공한 수출이 트럼프 발 환율전쟁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 무역 흑자국을 상대로 환율 전쟁을 선포하면서 달러화 약세가 본격화 됐기 때문이다.
환율 전쟁이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또한 커지면서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 전선에도 다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0.80원 상승한 1147.60원으로 마감됐다. 원·달러 환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며 지난해 말 한때 1210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구두개입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제약사 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 이들은 평가절하를 통해 시장을 농락했고, 우리는 얼간이들처럼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했다.
같은 날 피터 나바로 백악관 국가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이 "극도로 저평가된 유로화(grossly undervalued euro)를 통해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한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을 상대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모처럼 회복했던 우리나라 수출 전선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메모리 단가 상승으로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4년 만에 두 자릿수 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다면 모처럼 반등에 성공한 수출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 산업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 하락할 경우 한국 제조업 내 상장기업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의 '강달러 누르기'로 중국·일본·EU 통화가 약세로 돌아서는것도 우리나라 수출에는 악재다. 특히, 위안화의 약세가 본격화되면 중국 시장에서 수입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뜨려 우리나라 수출기업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2014년 4월 이후 33개월 만에 3개월 연속 증가하며 두 자릿수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안화는 오랜 절상 기조에서 탈피해 약세기조로 전환돼 지금까지 14% 정도 절하됐다"며 "이는 한국 수출기업이 중국 내수시장을 개척하는 데 있어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해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환율 조작국 이슈를 내세워 외환시장 개입을 억제하고 있는 점도 환율 방어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4월에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는 불안요인이다.
대외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은 일반무역이 34.0%, 가공무역 49.6%, 보세무역 15.7%로 재수출용이 65.3%를 차지했다. 재수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미·중 통상마찰이 심화될 경우, 한국의 대 중국 가공무역과 보세무역이 타격을 받는다.
정영식 대외연 국제금융팀장은 "미국이 중국 환율 조작국 지정에 따른 한국의 반사이익 보다 중국 교역 둔화와 미·중 갈등의 심화, 한국으로의 환율 및 통상 분쟁 확산 등의 위협요인이 더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