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이라는 표현으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파란만장'했던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저물고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가는 해를 뒤로 하고 맞는 새해 첫 날은 어느해나 그렇듯 늘 새롭고 설렌다. 때문에 새해 해돋이 명소가 북새통을 이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먼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기다릴 수 있는 동해의 어느 바닷가든, 마천루 너머로 이글거리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가올 한 해에 대한 기대와 마음 속 다짐을 어느날 보다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아직까지 새해 해돋이를 맞을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하더라도 아직 결정의 시간이 남아있다. 어디든 떠나 내년 한 해 자신과의 약속을 일출과 함께 깊이 새겨보는 건 어떨까. 다음은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해돋이 명소다.
◇성산일출봉의 일출을 한눈에…광치기 해변
제주 전역에 자리한 수많은 오름들 가운데 성산일출봉은 제주 동부를 대표하는 오름이자 제주를 상징하는 명소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다. 성산일출봉은 예부터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 뜨는 광경이 아름다워 '영주십경(瀛州十景)'에서 제1경으로 꼽혔다.
성산일출봉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최고의 일출 명소 가운데 한 곳이다. 해마다 1월 1일이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일출을 보기 위해 성산일출봉에 오르는 이들도 많지만 성산일출봉의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사실 광치기해변이다. 광치기해변은 성산일출봉과 성산읍을 잇는 모래사장 또는 모랫길을 말하는 사주라고 할 수 있다. 아침이면 제주 바다에서 불쑥 떠오르는 해가 성산일출봉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다만 겨울철, 제주의 변덕스런 날씨는 일출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해가 뜨더라도 수평선 자락에 두텁게 내려앉은 구름과 해무 때문에 수평선에서 한참 떨어진 공중으로 불쑥 얼굴을 내밀 때도 많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14.
◇바위, 파도, 철새의 군무…옵바위 일출
고성 공현진 포구는 새해를 맞는 겨울 여행의 삼박자를 갖춘 곳이다. 일출, 철새관람, 겨울풍경 깃든 전통마을 나들이가 가까운 공간에서 이뤄진다. 공현진 포구는 방파제 옆 옵바위 너머로 펼쳐지는 일출로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옵바위 일출은 추암, 정동진 등 강원도의 일출명소와 견줘 손색이 없지만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게 매력이다.
한겨울이면 공현진 방파제와 나란히 붙은 옵바위의 소담스런 빈 공간 사이로 해가 뜬다. 해돋이의 광경은 숙연하면서도 장관이다. 해가 뜨기 전부터 앞바다는 여명으로 채워진다. 얼굴을 사뿐히 내밀던 태양은 옵바위가 토해낸 듯 바위 틈 사이로 힘차게 떠올라 붉은 자태를 뽐낸다. 이곳 일출이 더욱 장관인 것은 뜻하지 않은 손님인 철새들의 겨울 군무가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해가 떠오른 뒤 공현진 방파제로 나서면 일출의 배경이 됐던 옵바위에 직접 올라설 수 있다. 방파제 뒤편으로는 오가는 길이 뚫려 있다. 이른 아침부터 배가 드나드는 인근 공현진 포구는 어부들이 그물을 손질하는 일상의 풍경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강원도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리.
◇순천만에서 보는 해돋이의 추억…순천 화포해변
남도의 끝자락 전남 순천은 장엄한 해돋이와 황홀한 해넘이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여행지다. 해돋이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별량면 학산리 화포해변으로 가야한다. 'ㄷ'자로 생긴 순천만의 아랫부분에 위치해서 바닷가에서 멋진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는 장소다.
화포해변의 해돋이는 동해의 정동진, 추암, 간절곶 등과는 다르다. 동해의 해돋이는 어둠 속에서 황금빛을 쏘아내며 바다 위로 불쑥 솟아오른다. 반면 화포해변의 해돋이는 두 단계를 거치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먼저 사위가 칠흑처럼 어둔 새벽 바다 건너 산자락이 붉게 물든다. 그에 따라 물이 빠져나간 갯벌도 붉은 빛을 띤다.
세상은 환해지고 더 이상 해돋이를 기대하지 않게 될 즈음 해는 산 정상에서 고개를 내민다. 이즈음 시계는 오전 8시를 훌쩍 넘어선다. 해가 늦게 뜨는 만큼 다른 곳보다 천천히 준비해서 길을 나서도 된다. 해돋이의 장관이 끝나고 나면 학산해안길을 따라 가며 겨울 바다의 진경을 품에 안아도 좋다. 전라남도 순천시 별량면 학산리.
◇다도해의 아침…하동 금오산 정상
다도해의 장쾌한 풍경이 일망무제로 펼쳐지는 하동 금오산에서의 해맞이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일출명소 어느 곳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금오산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군사시설이 들어서 있던 곳이라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웠다. 지금은 군 시설이 거의 이전을 했고 통제도 없어졌다.
금오산이 있는 금남면과 진교면은 하동군에서도 가장 남쪽에 속한다. 쌍계사가 있는 화개면이나 최참판댁이 위치한 악양면까지의 거리보다 오히려 남해군과 더 가깝다. 따라서 자가운전을 한다면 하동 IC보다 진교 IC로 나오는 것이 편하다. 남해고속도로 진교 IC를 나와 남해 방면으로 2㎞ 남짓 진행하면 '금오산' 표지판을 만나는데, 여기서부터 금오산 정상까지는 약 9㎞ 거리다.
'해맞이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널찍하게 만들어둔 금오산 정상에서는 일출과 함께 남쪽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여덟 시가 넘어 온전히 형체를 드러낸 섬과 바다와 하늘은 일출이 아니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매혹적이다. 방아섬, 굴섬, 솔섬 등 수많은 섬들은 적당한 간격으로 올망졸망 정답고 멀리 사천대교와 창선대교도 눈에 들어온다. 경남 하동군 금남면, 진교면.
◇한강과 마천루 너머로 보는 해돋이…서울 선유도
새해 일출 감상을 위해 꼭 높은 산에 오르거나 동해를 마주할 필요는 없다.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공원은 한강과 도심 마천루를 바라보며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이다. 출퇴근 시간이면 한강 다리를 건너며 버스 안에서 혹은 지하철 안에서 마주했던 친숙한 섬은 큰 발품을 팔지 않고 현실의 삶을 되새기며 새해를 음미하기에 좋다.
보행자 전용 다리인 선유교에 서면 여의도의 마천루 너머로 해가 솟구친다. 한겨울 태양은 LG 쌍둥이 빌딩 사이로 떠오르고, 국회의사당과 63빌딩이 병풍처럼 드리워진다. 한껏 달아오른 붉은 기운은 한강에 잔 비늘처럼 투영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섬 안에는 산책로가 이어지고, 섬 주변으로는 겨울 철새가 날아들어 일출 분위기를 고조한다. 눈이라도 내려 섬 전체가 아득하게 하얀 세상이 되면 일출 감상에 운치까지 더해진다. 조선 시대까지만 해도 선유도는 육지에 이어진 해발 40m가량의 언덕이었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강 정비와 도로 건설을 위해 채석장으로 이용돼 봉우리가 깎여 나가며 한강 위에 떠 있는 섬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선유로.
◇도시를 품은 일출…대구 앞산
대구 남구와 수성구, 달서구에 걸쳐 있는 앞산은 도심 속 해맞이 명소로 이름난 곳이다. 원래 비슬산에서 갈라져 나온 준령으로 비슬산 혹은 대덕산이라 불렸지만, 언제부터인가 '대구의 앞쪽에 있는 산'이라는 의미가 그대로 굳어져 지금은 앞산으로 더 많이 불린다. 앞산은 주변이 도시 자연공원으로 꾸며진데다,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해 언제든 편하게 찾을 수 있는 대구 시민의 쉼터 역할을 한다.
소박한 이름과 달리 깊은 계곡과 울창한 산림, 수려한 자연경관을 품고 있는 앞산은 해마다 1600여만명이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공원 내에 크고 작은 8개의 골과 20여개의 약수터가 있으며, 등산로가 많아 산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새해 일출을 보려면 새벽에 길을 나서야 한다. 앞산 정상까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걸리며, 눈이 내리면 좀더 잡는 것이 좋다. 다소 가파른 구간이 있지만, 그리 험하지 않아 아이들을 데려가도 괜찮다. 대구광역시 남구 대명동.
◇목포의 뒷산…유달산 일출
노령산맥의 마지막 봉우리인 유달산(228m)은 목포의 끝자락에 자리 잡았다. 예부터 영혼이 거쳐 가는 곳이라 하여 영달산이라 불렸고, 기암절벽과 바위들이 뒤덮어 '호남의 개골'이라 하여 겨울의 금강산에 견준다. 누구나 산책 삼아 산행을 즐길 수 있는 목포의 뒷산이자, 목포8경 가운데 유달기암과 달사모종을 품은 아름답고 장엄한, 목포 시민들에게 자랑이자 상징적 의미가 있는 산이다.
항구도시 목포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지만, 유달산만큼 좋은 곳은 없다. 30∼40분 발품을 팔면 바다와 영산강 하구, 월출산으로 떠오르는 일출이 눈앞에 펼쳐지니 목포에 가서 유달산 오르는 일은 당연한 순서다. 노적봉 입구에서 대학루, 달선각, 유선각, 관운각을 거쳐 일등바위까지 40분 정도 걸린다.
유달산 일출은 일등바위보다 그 아래 마당바위가 제격이다. 일등바위에서는 해가 떠오르는 방향으로 봉우리가 가리기 때문이다. 마당바위는 일등바위보다 낮지만, 목포 앞바다와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에 있다. 전남 목포시 노적봉길.(자료=한국관광공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