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서민 계층과 자영업자, 무직을 포함한 기타 직군에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1년간 가계부채 몸집이 급격히 불어난 가장 큰 원인으로 '부동산'이 지목되면서 향후 대출금리 상승과 부동산 가격 하락이 맞물릴 경우 부실위험 가구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5일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665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99만원(6.4%) 증가했다.
이중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가구는 연령별로는 40대, 종사상 지위별로는 기타(무직 등), 소득 분위별로는 서민계층인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였다.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 가구주들이 '내 집 마련'에 나서면서 평균 부채가 전년 대비 12%포인트나 오른 8017만원에 이르렀고 무직이 포함된 기타 가구주의 평균 부채는 3479만원으로 전년보다 11.9%포인트 뛰어올랐다.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임시·일용근로자 가구도 2705만원으로 4%포인트 늘었고, 자영업자 가구주의 부채는 9812만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서민층인 소득 3분위 가구주의 부채는 533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9%포인트 증가했다.
문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기점으로 시장금리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향후 시장금리가 더욱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11월 은행 가계대출금리는 3.08%에서 3.21%로 0.13%포인트 상승했다. 한은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전체 가계가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이자상환 규모는 연간 약 9조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대출금리 상승은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에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취약 차주(대출자)의 대출 현황을 보면 통상 6개월 주기로 금리가 변동되는 변동금리의 대출 비중이 80%를 웃돈다. 금리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전체 차주의 대출에서 변동금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5% 수준이다.
박종상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소득의 뒷받침 없이 증가한 주택담보대출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기 때문에 향후 금리 및 부동산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경우 저소득·저신용 차주의 대출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며 "따라서 기존 주담대 대출자 중 고금리 차주들의 대출 건전성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는 한편, 주담대 공급과 수요를 종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최근 들어 취약계층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취약가구의 부채 위험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며 예상보다 더 빠르게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지난 21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만찬간담회에서 "성장의 급락을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정책당국이 우선을 둬야 될 것은 취약부문의 리스크 관리"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총재는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 달려있다'는 외국 속담을 인용하면서 "쇠사슬이 아무리 단단하다 해도 약한 고리가 끊어지면 그 쇠사슬은 끊어진다"며 "취약부문에 대한 대비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다음날인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취약가구 리스크 관리에 대해 또 다시 역설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기관 부실화로 이어질 상황은 아니지만 우선 거시경제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소득수준 이하로 부채 수준을 억제하는 장기적 정책과 단기적으로는 취약계층 디폴트에 대비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재정당국은 사회 안전망 차원에서 취약가구 대책을 만들어야 하며 한은도 문제 발생시 대응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차원의 대안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