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재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 부사장은 22일 내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트럼프발 엔저 효과를 누릴 일본 자동차업체들을 꼽았다.
박 부사장은 22일 오후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서 자동차기자를 대상으로 연 '2017년 세계 자동차산업전망' 세미나에서 "올해 트럼프 당선으로 엔저로 재전환되는 일본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됐다. 이는 자동차 시장에 큰 의미를 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엔저 장기화시 가격 경쟁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R&D 투자로 인한 상품 경쟁력에 영향이 미친다. 엔저로 돈을 벌어 풀모델체인지를 시작한다"며 "엔저가 4~5년이 흐른 지금이 본격적으로 엔저 혜택을 본 상품들이 나오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로 도요타의 새로운 생산 플랫폼 공용화 기술인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들며 "(R&D투자에) 엔저가 아주 큰 도움을 줬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부사장은 "내년에도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 업체들이 대단히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현재 미국 GM의 감산 등 이야기가 나오는 시점에서 세계 자동차 판도에 의미를 가질 것이다. 우리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내년 전세계 자동차 시장 수요는 9068만대로 1.9% 증가에 그쳐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저물가가 끝나기 시작하면서 자동차 시장에 변화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는 점도 우려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과 유럽 내 프랑스·이탈리아·독일 등 선거, 브렉시트 협상 개시 등이 불확실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상승은 러시아와 아중동 지역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는 "NAFTA의 흐름 역전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자국 고용을 일으키는 쪽으로 가는 정책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시작이라고 보지만 상당히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보면 올해 15% 고성장한 중국은 내년에 구매세 인하폭 감소 등으로 4.4%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미국도 할부시장 위축 및 소비 둔화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0.1%)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 기대하는 시장으로 브라질과 러시아 시장을 꼽았다. 브라질 시장은 내년에 미약하게나마 플러스 성장세로 돌아서고, 러시아 시장도 트럼프 집권, 경제성장 플러스 전환 등으로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박 부사장은 "내년에 현대차는 브라질에 크레타, 러시아에는 쏠라리스 신형을 출시해 시장 회복시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내수 시장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 오는 2017년 내수시장 수요는 올해 전망 대비 3.5% 감소한 176만대를 예상했다. 2년 연속 감소세다.
박 부사장은 "금리 변화가 자동차 시장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문제는 수출이다. 올해 파업 여파도 있었지만 수출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내년에 수출 회복이 되지 않고, 내수가 마이너스 성장한다면 국내 생산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국내 생산 유지는 사회적 책임이라고 본다. 내수에서 안되는 부분을 수출로 어떻게 만회할지가 우리 과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