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업 일자리 복원과 노후한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재건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경제 공약들이 실제로 이행되기까지는 숱한 난관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20일(현지시간) 저숙련 일자리를 복원하려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미국과 같은 첨단 기술 경제에서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VOA는 또 인프라 투자 역시 의회 반대와 숙련 노동자의 부족 등으로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재정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서 필요로 되는 정책일 뿐 완전 고용 수준의 현 미국경제에서는 적절치 않은 정책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공장을 다시 국내로 되돌려 놓겠다고 장담을 하고 있다. 또한 노후한 교량과 도로 등 낙후된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 1조 달러(약 1190조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하고 있다.
트럼프는 에어컨 제조사인 캐리어에게 공장 해외이전을 포기하는 대가로 10년간 총 700만 달러(약 82억 원) 규모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약속했다. 트럼프는 지난 1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과 함께 인디애나 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있는 캐리어 공장을 직접 방문한 자리에서 자신이 사측과 담판을 지어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는 계획을 포기시키고 일자리 약 1100개를 지켜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2000년 이후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잃었다. 이같은 추세를 되돌리기 위해 트럼프는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기업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지난 4일 트위터에 “미국을 떠나는 기업들, 직원을 해고하고 다른 나라에 새로운 공장을 지어 미국에 그들의 물건을 다시 팔려고 생각하는 기업들은 보복과 대가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이런 기업들은 35%의 관세를 물게 될 것이다. 매우 값비싼 실수를 하기 전에 미리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징벌적 관세를 국제 무역전쟁을 폭발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트럼프는 또한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해서도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는 당선 사례 투어를 다니면서 “우리는 새로운 도로와 터널, 교량, 철도, 공항, 학교, 병원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재정투자를 통한 경기부양책은 일반적으로 경기침체 국면에서나 효과적인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기 호조를 보이고 있는 현재 미국경제 상황에서는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4.6%로 완전고용 수준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주 기자들에게 트럼프의 1조 달러 경기부양책 문제를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에 내정된 라인스 프리버스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최임 초기 9개월 동안 건강보험 문제와 세법 정비 등에 집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리버스는 인프라 투자 계획에 대한 질문은 두루 뭉실 비켜갔다.
미국일반건설협회(the Associated General Contractors of America)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켄 사이먼슨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얻기 위해서는 애를 많이 먹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먼슨은 건설업계에서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장기적 투자가 아닌 일회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계획이 의회의 승인을 얻더라도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인프라 사업을 진행할 만큼 숙련된 노동자들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미국에는 현재 670만 건설 노동자들이 있다. 10년 전인 2006년 중반에 비해 100만 명 이상이 줄어든 규모다. 건설 노동자들이 퇴직을 했거나 다른 직종으로 이직을 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 경기부양을 위한 방편으로 저숙련 일자리 회복과 인프라 투자를 내세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재닛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일자리 확대의 기회를 고등교육에서 찾았다. 옐런 의장은 볼티모어 대학에서 가진 강연에서 “대학 학위는 전 세계 노동시장에서 경쟁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몇 년 간 대학졸업자들의 고용시장은 개선됐다”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기술변화와 세계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저숙련 직종보다는 대학 학위를 지닌 고숙련 직종을 더 필요로 하고 있다. 세계화로 창출되는 미국의 일자리는 고등교육의 이점을 가진 사람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반드시 미국 내 모든 사람에게 경제적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이코노미스트들이 확신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러나 대학 학위 등 고등교육 자격증은 경제적인 성공의 문을 여는 열쇠임이 분명하다. 대학 졸업장은 일자리를 찾고, 일자리를 지키는데 도움을 준다. 직무 만족도도 높고, 연봉도 많이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옐런 의장이 트럼프의 이름을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다분히 그의 저숙련 일자리 복원 정책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지난해 대학 졸업자들의 연간 소득은 고졸자에 비해 70%나 더 많았다. 1980년대엔 대졸자와 고졸자 간 소득차이가 20%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