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들이 12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산별노조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금융위원회가 이미 지난 9일 은행권에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의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일에도 "금융권의 성과 중심 문화 확산을 지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은행들은 압박해왔다.

KB국민·KEB하나·NH농협 은행 역시 이날 이사회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부터 금융위원회는 금융개혁의 일환으로 성과연봉제를 추진해 왔다. 성과연봉제는 영업 실적 등의 성과에 따라 동일 직급 간 연봉에 차등을 두는 제도다.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금융 공공기관은 올 상반기 이사회 의결을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간 금융기관인 시중은행에서는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간 대립이 이어지며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로 규정하고 지난 9월23일 성과연봉제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진행하는 등 절대 수용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특히 노조와의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불법이란 입장이다.

이사회 의결을 통한 성과연봉제 도입은 사실상 노사 간 합의 없는 강행이란 점에서,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불거질 전망이다.

이날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임 위원장은 시중은행 이사회의 불법의결까지 강요하면서 끝까지 정권에 부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지시가 내려오면서 은행들도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