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연일 1950선에서 오르내리는 등 모멘텀(상승동력) 없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백신·보안 테마주만 활개를 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 의심 오리가 처음 발견된 지난 16일 이후 전날까지 대표적인 백신 테마주 파루는 사흘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다.
지난 16일 4340원에 장을 마쳤지만 전날 6580원을 기록하면서 사흘 만에 주가가 50% 이상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제일바이오(51.58%), 이-글 벳(49.91%), 중앙백신(30.38%) 등도 일제히 급등했다.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안 관련주도 상승세를 탔다. 인터넷 보안 전문업체 이니텍이 전날 상한가(14.93%)로 장을 마쳤고, 윈스테크넷(3.04%)도 강세를 보였다.
카드 재발급 요청이 쇄도하면서 카드 제조업체 역시 수혜를 입었다. 신용카드 제조업체인 바이오스마트와 아이씨케이는 이틀 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대형주의 어닝(실적)이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중소형주로 이목이 쏠린 가운데 최근 일련의 사태로 중소형주 중에서도 테마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테마주는 실적과 상관없이 급등했다가 거품이 빠지면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최근 AI 확산과 정보 유출이라는 '돌발 이슈'로 관련 테마주가 일제히 들썩이고 있지만, 펀더멘탈(기초체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건인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현재 동양증권 연구원은 "카드 사태의 경우 경각심이나 인식제고 차원에서 보안강화가 필수적인 만큼 관련 테마주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도 "반면 AI는 사스(SARS) 등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일시적인 이벤트에 그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테마주는 대부분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파루와 아이씨케이 등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최 연구원은 "테마주를 통해 일정 부분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테마가 어느 순간 꺾인다는 것"이라며 "특히 막차를 탄 경우에는 굉장한 손실을 볼 수 있어 개인 투자자들은 최대한 추격매수를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