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순환출자 해소 문제로 고민하고있다. 짧은 기간에 수천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처분해야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
특히 현대차그룹은 처분 기한을 일주일 앞두고 주식처분을 통보받아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으로 발생한 주식 약 881만주를 내년 1월1일까지 처분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는 29일 종가 기준으로 4607억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은 공정위에 주식처분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공정위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곽세붕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30일 "해당 기업의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는 하겠지만, 그들의 요구조건을 받아 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밝혔다. 법에 따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25일 시행된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에 따라 순환출자가 강화된 부분은 6개월의 처분 유예기간 안에 해소해야 한다. 이는 합병 등기일을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공정위의 유권해석이 늦어진 탓에 현대차는 일주일, 삼성그룹은 약 2개월을 남겨두고 추가지분을 해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곽 국장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10월 26일, 삼성은 지난 9월 5일 순환출자 관련 질의를 해왔다"며 "유권해석이 늦어져 통보 시점이 늦어졌을 뿐 이미 지난해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를 시행했기에 해당 기업들도 어느 정도 준비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공정위의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이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만만치 않은 복병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될 수도 있는데 너무 짧은 기간에 무리하게 이를 해소하게 되면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특히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거나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으로 주식을 공개 매각할 기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옛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간 합병으로 강화된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내년 3월1일까지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2.6%)를 처분해야 하는 삼성그룹은 블록딜(block deal·시간 외 주식 대량매매)이나 백기사를 찾는 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전략적 제휴기업에 주식을 넘기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줄이기 어려우나 정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은 줄일 수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가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의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환출자에 대한 예외를 두기 위해서는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일명 원샷법)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며 "당장 (원샷법) 처리가 어렵다면 현행 공정거래법상 내에서 유예기간을 최소 1년 정도 부여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