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국제유가, 내년에도 하방압력…"배럴당 40~50달러 수준" 전망

미·중동간 '치킨게임'으로 석유 공급과잉 지속

저유가 사태가 국내 수출경기를 부진으로 내몰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국제유가가 올해와 같이 배럴당 40~50달러 수준에서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국제유가 급락기와 비교하면 최장 15년까지 현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될 수 있어 저유가 사태를 활용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 에너지경제연구원, 한국석유공사 등 석유시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를 열고, 최근의 국제 석유시장 동향을 긴급 점검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31.98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2004년 6월(31.67달러/배럴) 이래 최근 10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공급과잉에서 비롯된 저유가…美·중동간 '치킨게임'이 원인

전문가들은 현 저유가 사태가 구조적인 석유공급과잉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셰일 혁명을 토대로 미국은 올해 석유공급량을 5972만 배럴(전망치)로 전년(1230만 배럴)보다 3배 이상 늘리면서 국제유가를 결정하는 한 축으로 부상했다.

중동 국가들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은 생산목표를 연간 3000만 배럴 수준으로 감산 합의했으나 과잉생산이 지속되고 있다. 석유시장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공급량을 늘리는, 이른바 '치킨게임' 양상이다.

반면 석유수요는 감소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세계 석유소비 증가를 이끌며 세계 경제의 '공장' 역활을 해왔던 중국이 최근 경기 둔화 상황에 직면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의 연평균 석유소비증가율은 2000~2007년은 7.32%였으나 금융위기 이후인 2008~2014년에는 5.08%로 주저앉았다. 석유소비 감소는 재고 증가로 이어져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와 함께 유럽·일본의 양적 완화, 미국발 금리 인상 등으로 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하방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다.

◇내년에도 美·이란 원유수출 재개 등으로 공급과잉 지속될 듯

내년에도 구조적인 석유 공급과잉 상황에 금융측면의 유가 하방 리스크, 상반기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원유 수출 재개 등까지 겹치면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올해 새로운 석유부국으로 부상했다.

비전통원유의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석유 메이저 등이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비전통원유는 탐사에서 생산까지 수년이 걸리는 전통원유와 달리,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이 약 8개월에 불과하다.

비전통원유의 생산 손익분기점도 지난해 배럴당 65달러 수준에서 올해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낮아져 중동산 원유 생산 손익분기점(40달러/배럴 수준)과 어깨를 견주고 있다.

반면 오펙은 최근 열린 총회에서 내년도 감산목표를 합의하지 못했다. 당분간 공급과잉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내년부터 석유파동 이후 금지해오던 원유 수출도 재개한다. 셰일 혁명으로 비전통원유 생산이 증가하면서 국제 시장에서 재고를 처리하겠다는 의도다.

또 이란이 내년부터 경제제재에서 풀리기 때문에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공급을 재개할 전망이어서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는 지난 2002년부터 이란이 핵무기 개발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모든 교역을 중단하고 이란 경제를 고립시켜왔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추진한 이란 핵사찰이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나면서 지난 7월 이란과 서방 6개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합의안(JCPOA)을 체결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은 내년에 배럴당 50만~100만 달러 규모의 석유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원유재고도 3000만~6000만 배럴에 달해 향후 유가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유가 사태 장기화 될 수도…정부·업계 대응에 총력

문제는 저유가 사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저유가 사태가 지난 1986년 국제유가 급락기와 유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당시 저유가 사태는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석유소비가 급증한 2000년대 초반까지 약 15년간 지속됐다.

1978~1980년 석유 공급 부족과 석유 가격 폭등으로 2차 '석유파동'을 맞은 세계는 북해, 알래스카 유전을 발견, 석유가격 안정을 기대했다.

하지만 북해·알래스카 유전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견제로 석유공급과잉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제유가의 하방압력이 커졌다. 특히 가격조정자(Swing producer)로 군림하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유가방어에서 시장점유율 유지로 정책을 수정,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겼다.

최근의 북미 셰일혁명이 촉발한 공급과잉 상황과 유사하다. 다만 중국의 경제성장과 같이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을 만한 재료를 찾기 어려워 저유가가 1986년보다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가 회복은 공급보다 수요 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 석유수급 여건상 단기간내 석유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정부와 정유업계는 최근의 석유시장 변화가 우리 석유시장과 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인식을 공유하며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석유시장이 판매자 위주에서 구매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하고, 미국·이란 등 국제 석유교역구조가 다각화돼 원유 수입선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다.

정부는 그간 한·미 산업협력위원회 등 고위급 회의 등을 통해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이란과의 교역관계 정상화 등 해제 이후를 준비 중이다.

또 정유 업계도 미국 내 초과공급상태인 '컨덴세이트(초경질유)'와 이란산 원유 수입을 확대해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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