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터키 해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돼 전 세계를 경악케 한 세살배기 난민 꼬마 쿠르디의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전달한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시리아 출신 아일란 쿠르디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는 영국 방송 채널4를 통해 평화와 안전을 위해 도망쳐 나온 난민들에게 작은 동정을 보여달라고 호소할 예정이다. 그는 아들 아일란 뿐 아니라 아내 레하나와 5살 아들 갈렙도 사고로 함께 잃었다.
지난 9월2일 새벽 터키 보드룸 해변에 한 아이가 엎드린 채 숨진 모습으로 발견됐다. 당시 이 이 상황을 찍은 사진이 보도되면서 국제사회는 난민 위기에 대해 자성하게 됐으며, 유럽 각국은 난민 수용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 연구자들은 터키 언론사 기자 니루퍼 데미르가 찍은 ‘쿠르디 사진’이 트위터에서 시간 당 5만3000회 트윗됐으며, 전 세계적으로 12시간 동안 컴퓨터 및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2000만회 검색됐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시리아 난민을 수천 명 받겠다며, 시리아와 터키, 요르단, 레바논에 있는 난민 수용소에 추가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채널4를 통해 압둘라 쿠르디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지원 요청을 할 예정이다. 사전에 일부 공개된 내용에서 그는 “우리 시리아인들은 전쟁 때문에 도망쳐 나왔다. 우리 모두는 자녀를 걱정하며, 우리의 명예를 생각한다”며 “시리아에서는 통폭탄과 폭발물 뿐 아니라 다에시(IS의 아랍 명칭)가 있다. 우리는 수십 만 가지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가 시리아인에 대해 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며 “다른 누군가를 보고 문을 닫아버리면, 너무 힘들다. 문이 열려 있다면, 더 이상 굴욕감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평화와 안전을 위해 피신한 아버지와 어머니들, 어린이들의 고통을 한번 쯤 생각해 볼 것을 부탁한다”며 “아주 약간이라도 동정을 받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터키에서 3년간 살았던 쿠르드계 시리아인 압둘라 쿠르디는 고향 코바니로 돌아가 숨진 가족들을 묻어줬다.
그의 ‘크리스마스 메시지’는 오는 25일 오후 3시35분 채널 4에서 방영된다.
영국은 1993년부터 채널4를 통해 매년 12월25일 영국 여왕이 TV를 통해 성탄 메시지를 전하는 전통이 있다. 가끔씩 이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9‧11 테러 생존자 제넬 구즈만 등 유명 인사나 상징적인 인물들이 여왕 대신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지난 해에는 에볼라 바이러스에서 살아남은 영국인 간호사 윌리아 풀 리가 메시지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