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경영권 분쟁 가처분 소송 3차 심리를 하루 앞두고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에 대한 논란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호텔롯데 34층 집무실 공개와 롯데월드타워 기습 방문 등으로 건강하다는 것을 알렸지만, 최근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법정 소송의 분위기를 뒤집을 '히든카드'가 등장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신 총괄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78)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신 총괄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을 신청했다.
여동생인 신씨는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이며, 최근 진행되는 가족 간의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해 법원에서 후견인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특히 신씨는 그동안 외부활동이 없었으며, 신동주·동빈 형제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아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판사 조용현)의 심리로 진행되는 가처분 소송은 롯데쇼핑이 중국사업을 진행하면서 막대한 경영 손실을 입힌 점을 정확한 파악하기 위해 신 총괄회장과 신동주 회장이 주주로서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허용해달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신동주 회장 측은 신동빈 회장 책임 하에 있는 롯데쇼핑이 중국사업과 관련해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허위 또는 축소 보고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 측은 중국사업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보고된 뒤 진행된 것이며, 신동주 회장은 회계장부 열람 등을 통해 경영진을 압박해 경영권을 복귀하겠다는 개인적인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롯데쇼핑 측은 "중국시장 진출과 관련해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1993년부터 계획했고, 2000년대 사업을 직접 결정했다"며 "구체적 방향을 지시한 것이다. 손실 규모를 축소하거나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은 거짓말이거나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신동주 회장 측의 가처분 신청은 표면상 주주로서의 정당한 경영감독권 행사지만 진정한 목적은 상장 정지 등 경영진을 압박해 경영권을 복귀하겠다는 개인적인 목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진행된 신 총괄회장 해임 무효소송도 위임장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 화두로 떠올랐다.
롯데홀딩스 측 법률 대리인은 "신 총괄회장이 이 소송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소송을 위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를 롯데홀딩스 쪽에 요구했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 소송에서 모두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는 재판부 판단에서 앞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동안에는 신 총괄회장이 두문불출 공개되면서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여동생인 신씨의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으로 앞으로 법정 공방은 물론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롯데가 원리더'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빈 회장의 과욕에서 비롯된 롯데가 분쟁이 아닌 이런 상황 속에서도 롯데가를 지키는 1인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히게 된다는 것이 관측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SDJ 측은 고령의 신격호 총괄회장을 이용한 소송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근거 없는 고소·고발에 대해 검찰 조사과정에서 SDJ 측의 무고임이 밝혀질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이어 "무분별한 소송 제기로 롯데그룹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대해 향후 민형사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