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선언한 '칼리프 국가'체제가 만연한 부정부패로 흔들리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IS 전직 간부와 조직원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이고 IS도 서류 상에만 존재하는 병사인 유령 군대가 양측 전장에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라크는 부패의 심각성에 대해 비난하면서 정부군에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 군인이 5만 명에 달한다며 발표했었다. 1년여 전 IS에 가담했다 도망쳐 나온 한 반군 지휘관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이라크처럼 IS에서도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전선에 있는 지휘관이 250명치의 군인월급을 신청했다면 실제로는 150명만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IS 간부가 이런 일을 알고 임금을 전달하는 재무 행정관을 일선 부대로 파견하기 시작했다“며 "그러자 재무행정관이 지휘관들 쪽에 붙어 사기에 동참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IS에서 일했던 조직원이나 직원은 IS가 이라크와 시리아 일부 지역에서 부패한 세속 정권을 거부하며 정정권들을 몰아냈다고 선전하지만, 결국 관료주의와 부패를 답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S는 농업 관리부터 식량 보조금 지원 등 시리아와 이라크 정권의 체계를 도입하고 있으며 문서양식과 직인까지도 따라 하고 있다. 시리아에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서 일했던 인사들을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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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동부도시 마야딘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하는 한 약사는 FT에 IS가 아사드 정부에서 일하다가 횡령 혐의로 해고된 보건당국 관리를 고용해 놀랐다고 전했다. 이 보건당국 관리는 거짓으로 약 주문 서류를 꾸며 IS로부터 돈을 받은 뒤 적발되지 않으려고 진료소에 불을 질렀다는 것.
IS를 감시하는 한 서방 정보당국 관계자는 FT에 "IS의 권력이 부패와 독재체제로 변질되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FT는 IS 내부의 부패 덕분에 점령지의 일부 주민들이 검문소 대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탈출하는게 가능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IS를 위해 시리아 북동부 도시 데이르에조르에서 싸웠던 한 지휘관이 세금인 '자카트' 중 2만5000 달러(약 2900만원) 들고 달아나면서 트위터를 통해 동료들에게 "이게 무슨 나라이고 칼리프 국가냐. 당신들은 바보다"라는 메시지를 남긴 적도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