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美 금리 먹구름 걷혔나?…"안도랠리 즐길 때 아니다"

외국인 매도 공세 부담…'국제유가 흐름 관건'...'달러강세 영향' 4분기 어닝시즌 비관적 전망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연준)가 9년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요동이 예상됐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다.

연준이 인상 속도에 대해 완만한 조절을 예고한데다 증시가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충격을 이미 흡수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당분간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외국인 수급이 여전히 불안한데다 신흥국 경기 불안, 4분기 실적시즌 부담 등의 이유로 안도랠리를 즐길 때가 아니라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발표가 있었던 지난 17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8.56포인트(0.43%) 오른 1977.9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10.84포인트(1.67%) 올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지만 인상 속도에 대해선 당초 예상보다 비둘기파적인 면이 확인되면서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미국 연준의 점진적 금리 인상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단기적으로 부분적인 안도랠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또 점진적 금리인상이 달러화 강세 속도 둔화를 야기할 수 있다는 측면을 본다면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하이일드 채권 유동성 우려도 다소 소강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 이상재 연구원도 "미 연준이 9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섰지만 금리 정상화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완화되었다는 점에서 연말 글로벌 금융시장에 안도감이 형성될 가능성을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이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다. 실제 지난 17일에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700억원 가량을 팔아치우며 12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외국인 매도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인 국제 유가 하락세가 멈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수급 여건이 불안한 상황이다.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 재정 불안 등의 이유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계 자금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윤지호 리서치센터장은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재정 불안이 커지고 있는 중동계 자금의 이탈을 자극하게 된다"며 "또 금리인상 이후 강달러 기조가 강해지면 자금 유출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에 연말에 코스피가 강하게 나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윤창용, 하건형 연구원도 "금리 인상 관련 노이즈와 공급 과잉으로 저유가가 고착화되면서 산유국의 해외 보유 주식 비중 축소가 이어지고 있다"며 "유가 변동성이 낮아져야 외국인의 순매수 유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 사례를 봐도 미국이 금리를 올린 이후 한국 증시에 안도랠리가 나타나기 보다 단기적으로 하락압력이 컸다.

국제금융센터 자료에 따르면 1994년 2월4일 연준이 금리를 3.0%에서 3.25%로 처음 올린 뒤 코스피는 43일간 11.7% 하락했다. 또 1999년 6월 30일(4.75%→5.00%) 이후에는 62일간 23%, 2004년 6월30일(1.00%→1.25%) 뒤로는 80일간 23.1% 내려앉았다.

미국 금리 인상 당시 대내외 요인에 따라 변동폭에 차이는 있었지만 코스피는 반등에 성공하기까지 평균 20%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인 셈이다.

증시의 기초 체력이라 할 수 있는 기업들의 4분기 실적도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미국 통화정책 이슈가 잠잠해진 이후엔 4분기 기업실적으로 시선이 옮겨가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4분기 실적은 달러강세 등으로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또 다른 불확실성의 시작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IBK투자증권 김정현 연구원은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 등 취약 신흥국들의 CDS 프리미엄이 상승했고 금융스트레스지수 또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가 신흥국에는 온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치가 브라질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하고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향후 추가 강등 여지를 남겨놓는 등 취약 신흥국에 대한 불안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따라서 단기적인 국내증시의 반등세는 가능하나 여전히 보수적인 관점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배당주와 경기 방어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시장 대응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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