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올해 국내 증시에서 3조원을 넘게 순매도하며 4년만에 '팔자'로 돌아섰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초 이후 지난 14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3조2601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012년(17조5223억원), 2013년(5조2139억원), 2014년(5조8669억원) 3년 연속 순매수 기조를 이어오다 4년만에 순매도로 전환한 것이다.
올해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특히 하반기에 집중됐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는 순매수를 기록했으나, 6월들어 순매도로 전환했다. 특히 8월에는 4조원에 육박하는 매물을 쏟아내며 정점을 찍었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재정이 어려워진 중동 산유국들이 자금을 회수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5개월 간 3조원을 넘게 팔아치웠으며, 지난 11월에도 순매도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중동 자금의 추가 이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강재현 연구원은 "사우디는 내년 유가폭락에 따른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긴축재정에 돌입할 전망"이라며 "국부펀드를 중심으로 그간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 회수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도 외국인 자금의 국내증시 이탈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금리인상은 외국인의 신흥국 시장 이탈 우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안전자산인 달러에 대한 선호 분위기가 강화되는 반면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은 매각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실제 오는 15~16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둔 12월 외국인은 총 2조3000억원(14일 기준)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급격한 유출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 외국인의 매매 패턴 전망을 놓고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린다.
국제유가 하락 분위기와 미국 금리인상으로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미국 FOMC를 전후로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증권 이재훈 연구원은 "지난 5월 옐런 의장의 연내 금리인상 시사 발언을 기점으로 신흥국 자금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계 외국인 매도는 국제유가 하락과 연계된 오일머니의 자금 회수로 보인다"며 "연말까지 한국 증시의 유동성에 국제유가가 가장 중요한 화두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움증권 마주옥 연구원은 "FOMC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12월 FOMC 전후 외국인 매매는 매수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